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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퍼스트'조성환 감독이 이끈 제주의 변화, 한가위 최다관중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10-09 21:17







8일 오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1-2위 맞대결, 제주-전북전은 뜨거웠다.

그라운드 안에서 리그 최강의 선수들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올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사실상의 결승전,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했다.

이날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관중이었다. 8526명, 제주는 올시즌 최다 관중을 찍었다. 한가위 연휴 막바지, 무료 티켓 없이 이룬 쾌거다. 명절을 맞아 가족 단위로 온 축구 팬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후까지 티켓부스에는 관중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90분 내내 경기장엔 오렌지 물결이 넘실거렸다. 서포터스와 합세한 제주 연고의 '오렌지' 밴드 '스카니발'의 북소리가 관중들의 신명을 돋웠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공연 못지 않았다. 연고 이전 루머가 나왔던 구단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관중 매너도 훌륭했다. 제주가 0대1로 패했지만 관중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낙담한 선수들을 오히려 격려하고 위로했다. 1강 전북에 맞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 명승부를 펼친 제주 선수들을 향해 갈채를 보냈다.

경기 직후 조성환 제주 감독은 패배의 아쉬움, 우승에 대한 각오보다 앞서 팬들을 향한 무한감사의 뜻을 가장 먼저 전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결과를 못 가져왔음에도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날 최다 관중은 올시즌 제주의 경기력과 감독 및 선수단의 '팬 프렌들리', 구단의 노력이 함께 일궈낸 성과다. 제주 구단은 일찌감치 '1위 탈환' 빅매치로 컨셉트를 잡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일주일에 서너 번, 선수와 직원들이 제주 시내 학교를 돌아 원포인트 축구레슨과 함께 경기를 홍보했다. 한가위를 앞두고는 제주공항에서 귀성객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시즌권 판매 급증의 영향도 컸다. 지난해 1000여 장에서 올시즌에는 무려 4500여 장이 팔려나갔다. 전북전 관중 8526명 중 연간회원은 3795명, 4500여 명의 시즌권 보유자 가운데 83%인 3795명이 경기장에서 '직관(직접관람)'을 즐겼다. 제주는 올시즌부터 무료 티켓을 전면 폐지했다.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팬들에 의한 '리얼 오렌지 12(Real Orange 12)' 캠페인도 도입했다.

제주는 이날 전북전 직전 2018시즌 팬 만족 마케팅 '아임 리얼(I'm Real)' 인증식도 가졌다. '리얼 오렌지'의 업그레이드 버전, 구단 주도가 아닌 팬 스스로 '내가 진짜 팬임'을 인증하고 참여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팬 마케팅이다.


'팬 퍼스트' 제주의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기상천외' 수중전으로 화제가 된 광주전, 장대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2326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조 감독은 "그날 찾아주신 2300명의 팬은 우리 팀에게 2만 명보다 소중하다"고 했다. 이날 최다 관중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전북과 붙은 효과인가" 하더니 "이렇게 많이 오셨을 때 이겨야 하는데 팬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시즌 한번도 이기지 못한 제주를 상대로 승리하며 K리그 200승 대기록을 세웠다. 3점이던 1-2위간 승점 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아쉬운 패배 속에서도 조 감독은 전북에서 6개월간 한솥밥을 먹었던 최 감독을 향한 깍듯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 조 감독은 프로선수로 마지막 해를 보낸 2003년 전북에서 31경기를 뛰었다. 지도자로서도 전북과 인연을 맺었다. 전북 유스 영생고 감독으로 일하며 권경원, 이주용, 김승준, 김현 등 미완의 대기들을 성장시켰다. 최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면서 이흥실 감독대행 체제 하에 코치로도 일했다.

전북도 처음부터 1강이 아니었다는 것, 처음부터 팬이 넘쳐나는 구단이 아니었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면에서 최강희 감독님이 만들어내신 전북의 변화, 성적과 관중 증가, K리그 전반에 끼친 좋은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지난 10년간 전북의 변화를 이끌었듯이 조 감독의 3년차 제주도 변하고 있다. 부임 후 3년째, 1년차에 상위 스플릿 목표를 이뤘다. 2년차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3년차에 리그 우승까지 넘보게 됐다. 3년 전 '초보 개띠' 감독으로 K리그 클래식에 도전장을 내민 조 감독의 제주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북전까지 12경기 무패를 달렸고, 올시즌 '1강' 전북에 맞서 치열한 우승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쫄깃'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좋은 선수, 재미있는 경기, 뛰어난 성적에 팬이 따르지 않을 리 없다. '팬 퍼스트'의 진심이 통하고 있다. 제주의 한가위는 뜨거웠다.
서귀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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