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200승은 선수들과 구단, 팬들이 세워준 기록이다."
세번째 제주전, 전북의 각오는 남달랐다. 이동국은 "제주에 이기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한다면 우승한다 해도 아쉬울 것 같다"는 말로 제주전 필승 각오를 내비쳤다. 2위 제주에 승점 3점차로 쫓기는 상황, 33라운드 제주와의 1-2위 맞대결은 절실했다. 후반 막판까지 양팀은 일진일퇴의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김진수의 파이팅은 눈부셨다.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후반 43분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다친 후 재활에 전념하던 그가 돌아왔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승점 65점으로 제주(승점 59)와의 승점차를 6점으로 벌렸다. 3경기 리그 무승, 삼세 번만에 건져올린 제주전 승리는 달콤했다. 최 감독이 4수끝에 200승 대기록을 썼다.
김 호 감독(207승), 김정남 감독(210승)에 이어 역대 K리그 사령탑으로는 역대 세번째다. 김 호 감독은 한일은행, 수원 삼성, 대전 시티즌을 거치며 2008년 5월 K리그 첫 감독 200승을 달성했고 3개월 후인 2008년 8월 유공, 울산 현대를 이끈 김정남 감독이 두 번째로 200승을 달성했다. 9년만에 최강희 감독이 마침내 K리그 2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200승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최 감독은 손사래쳤었다. "200승이 뭐가 그렇게 중한가. 리그에서 그저 또 하나의 승리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럼에도 '원클럽 전북 사령탑' 최강희의 200승은 K리그 35년 역사속에 빛나는 대기록이다. 2005년 7월 전북 지휘봉을 잡은 후 12시즌 동안 FA컵 우승 1회(200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2006년, 2016년), K리그 우승 4회(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의 대기록을 일구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장 반열에 올랐다.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으로 이동국, 김상식, 루이스 등 수많은 선수들의 부활을 이끌었고, 최철순, 김민재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비자원을 길러냈다. 최 감독을 향한 선수와 팬들의 애정과 신뢰는 절대적이다. '봉동이장' '강희대제'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전북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무엇보다 최 감독의 부임 이후 전북과 K리그가 달라졌다. 중하위권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K리그 리딩클럽으로 거듭났다.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전북만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K리그를 넘어 아시아 1강 클럽으로 우뚝 섰다.
제주전 승리 후에야 200승 소회를 털어놨다.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다 선수들이 세워준 기록이다. 지난 홈경기에 최진철, 조재진, 김형범이 전주성을 방문해줬다. 마음이 짠했다. 전북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전북을 거쳐간 수많은 선수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감독으로서 이런 영광을 갖게 됐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팬들은 한목소리로 "최강희!"를 연호하며 200승을 축하했다. 최 감독은 팬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팬들이 언제나 함께, 무언의 힘을 주셔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구단에서도 꾸준한 지원을 해주셔서 이룰 수 있었던 영광이다. 사실은 선수들, 팬, 구단에서 만들어준 기록"이라며 감격을 표했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