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신태용호2기]①신태용, 히딩크 논란에 '마이웨이'로 답하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9-26 07:39


신태용 감독 스포츠조선

"소신대로 가겠다."

한국축구를 흔든 '히딩크 광풍', 그 논란의 중심이었던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가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는 '신태용' 다웠다. 정면돌파,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2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달 열릴 러시아-모로코와의 유럽 원정 2연전 명단 발표식이 열렸다. 정작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백승호(지로나)의 발탁이 아니었다. 지난 20일간 계속된 '히딩크 광폭' 속 침묵해 온 신 감독의 입장이었다.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측근의 '전언'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신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월드컵 본선행' 미션에 성공했다. 신 감독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내용이 아니었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9회 연속 '월드컵 티켓' 확보였다. '신태용식 축구'를 포기하면서까지 얻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여론이었다. 여기에 히딩크 복귀설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 본선까지 9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신 감독의 반응에 더 관심이 모아졌다. 그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히딩크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 감독의 첫 마디는 "힘들다"였다. 그간 해온 마음고생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테스트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유럽 원정 평가전의 성격까지 바뀌었다. "냉정히 말하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 감독 입장에서 평가전은 러시아월드컵에 맞춰 준비해야 하지만 나에겐 사면초가 상황이다. 선수도 보고, 경기력도 내고, 성적도 얻어야 한다. 사실 10월 평가전을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님 이야기로 그렇게 됐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이었다. 흔들림 없이 가야할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평가전에서 지면 후폭풍이 거셀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흔들리며 자기 주관을 버리면 안된다. 여론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지만, 내 소신대로 갈 것이다. 목표는 단연 월드컵이지 평가전이 아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히딩크 감독에게도 도움도 구할 생각이다. 히딩크 감독은 언제든지 한국축구를 위한 조언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의 영웅인 것을 인정한다. 히딩크 향수도 당연하다. 히딩크 감독이 사심없이 우리 한국 축구 위해 도와주신다면 나 역시 사심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공유할 마음이 있다. 함께 해서 한국축구가 더 발전하고,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다면 무조건 'OK'다."


당장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히딩크 감독을 만나야 한다. 피하지 않기로 했다. 조언을 듣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어디까지 도와줄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서 히딩크 감독을 만나면 조언도 구할 것이다. 러시아, 모로코를 이기는 법이 어떤 것인지 듣겠다. 진짜 도와주실 마음으로 러시아에 오셔서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주시면 경기에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라 본다. 국민들도 좋아하실 것이다."

신 감독은 '좋은 경기'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 속 '무조건적인 질타'만이 아닌 '칭찬'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 분명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분위기 반전은 감독도 중요하지만 선수들도 함께 해야 한다. 월드컵 감독에 선임되고 9회 연속 진출을 달성했음에도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분명 인정한다. 이제부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력이다. 축구팬, 국민들이 힘을 줘야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맹목적 질타는 팀을 힘들게 만든다. 질타와 칭찬을 같이 해주시길 바란다. 그러면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고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신 감독의 소신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까. 히딩크 광풍 속에 잠시 멈췄던 신태용호의 월드컵 시계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