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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의 컨디션이 좋다. (이)동국이가 포항에서 좋은 기억이 있다."
이동국은 전통적으로 '포항 킬러'였다. 2009년 이후 전북 소속으로 출전한 포항과의 맞대결에서 24경기 15골 3도움을 기록했었다. 포항 유스 출신의 이동국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고향' 포항 원정에서 강했다. 올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6월 28일 포항 첫 원정에서도 이동국은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무려 54일만의 선발출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슈퍼맨 아빠는 사랑하는 아이들 '설아, 수아, 대박이' 축구화를 신고 포항 그라운드를 누볐다. 194-195호골을 한꺼번에 쏘아올렸다. 최 감독은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포항 킬러' 이동국의 능력을 믿었다.
이동국은 최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 골잡이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는 데는 '41초'면 족했다. 전반 41초, 이동국의 선제골이 터졌다. 휘슬 직후 포항이 수비라인을 채 갖추지 못한 상황, 한교원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이동국이 문전에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5호골, 통산 197호골을 기록했다. 올시즌 이동국의 6골 중 3골이 '고향' 포항 골문을 향했다.
전반 29분 또다시 전북에 찬스가 찾아왔다. 성큼성큼 전방으로 치고들어온 신형민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한교원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측면의 이재성이 쇄도하며 이동국을 바라봤다. 이동국의 슈팅이 한교원의 뒤꿈치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당초 이동국의 골로 기록됐지만, 이후 공식기록을 통해 한교원의 골로 번복됐다. 올시즌 2번째 포항 원정에서 이동국이 197골-70도움으로 K리그 첫 70-70 클럽의 위업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전반 41분 프리킥 상황, 키커는 이동국이었다. 날카로운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해트트릭도 가능할 법한, 물오른 골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후반에도 전북의 '닥공'이 이어졌다. 후반 2분 이승기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혔다. 1골1도움, 당시에는 멀티골로 알고 있었던 이동국은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18분 문전으로 쇄도하는 이재성에게 전진패스를 건넸다. 이날 2번째 도움, 71호 도움을 완성했다. 이동국이 70-70 클럽의 위업을 이룬 후반 19분 최 감독은 이동국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에두를 투입했다. 그라운드는 "이동국!"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물결쳤다. 이동국 개인의 기쁨과 팀의 승리가 함께했다. 이동국의 1골2도움, 이재성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전북이 4대0으로 완승했다.
대한민국 대표 골잡이인 이동국은 19세 되던 1998년 포항에서 데뷔했다. 선배 황선홍과 동고동락하며 대선수의 꿈을 키웠다. 1998~2002시즌, 2005~2006시즌 등 7시즌간 포항에서 통산 123경기 47골 16도움을 기록했다. 2009년~2012시즌 K리그 전북에서 131경기 77골 24도움, 스플릿 시스템 도입 후 K리그 클래식 전북에서 141경기 55골 16도움을 기록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속에 이동국은 대기록의 절반 이상을 전북에서 달성했다. 2009년 이후 매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도움도 꾸준히 기록했다.
2010년 7월 17일 대전전에서 K리그 25번째로 30-30클럽에 가입한 이동국은 2011년 7월 3일 서울을 상대로 리그 12번째 40-40클럽에 가입했고, 2012년 5월26일 수원전에서 리그 5번째 50-50 고지에 올랐다. 2014년 7월 20일 상주전에서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태용(성남 일화)-에닝요(전북 현대)에 이어 K리그 3번째 60-60클럽에 가입한 이동국은 3년2개월만인 이날 K리그의 그 어떤 위대한 선수도 밟지 못한, 전인미답의 70-70 고지를 점령했다. 마침내 197-70도움의 위대한 기록을 세웠다. K리그 200호골 대기록에도 단 2골만을 남겨뒀다
19년전, 열아홉의 축구청춘 이동국이 프로의 초심을 키운 바로 그곳에서 서른여덟, 위대한 K리거 이동국이 70-70 클럽, 새 역사를 썼다.
포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