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여축 앙팡테리블'조미진 "제2의 지소연 아닌 조미진으로!"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8-31 19:51


사진=전영지 기자

"'그냥 선수' 말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제2의 지소연' 말고, '조미진'이 되고 싶어요."

30일 오후 파주NFC 충무구장에서 만난 여자 16세 이하(U-16) 대표팀 주장 조미진(16·현대고)의 똑 부러지는 한마디에 귀가 번쩍 띄였다. 인터뷰 내내 열여섯 살의 축구선수는 자신의 꿈과 목표, 생각을 조리 있고 또렷하게 표현했다. 흐뭇하고 유쾌했다.

허정재 감독이 이끄는 여자 U-16 대표팀은 10일부터 23일까지 태국 촌부리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U-16 챔피언십에 나선다.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우루과이 U-17월드컵의 예선전이다. 한국은 중국(10일), 태국(13일), 라오스(16일)와 함께 A조에 속했다. 북한, 일본, 호주, 방글라데시가 B조다. 3위 안에 들면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한다.

2001년생 조미진은 이 팀의 주장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막내로서 자신감이 넘쳤다. "여자축구는 아시아가 제일 강하다. 우리도 충분히 U-17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첫경기인 중국전부터 무조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필승의 다짐을 밝혔다.

조미진은 자타공인 여자축구의 될성부른 유망주다. 초등학교 때 파주 조영증축구클럽에서 남자선수들과 함께 공을 찼다. 단거리 육상선수 출신 부모님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조막만한 얼굴에 1m68의 키, 길고 탄탄한 다리, 상큼한 웃음이 매력적인 이 소녀는 축구를 정말 잘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연령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현대 청운중 시절 여왕기 전국축구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결승전까지 6경기에서 7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U-16 챔피언십 예선 4경기에서 한국이 38득점, 무실점으로 4전승하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말레이시아에 13대0, 북마리아나제도에 11대0, 필리핀에 7대0, 인도에 7대0으로 승리하는 과정에서 조미진은 무려 9골을 밀어넣었다.

이번 대회에서 조미진은 '캡틴' 완장과 함께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았다. 허정재 감독이 중국전에 대비해 수비를 강화하면서 '절대 에이스' 조미진을 센터백으로 내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좋은 팀들과 경기할 때 수비에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부터 최후방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조미진을 향한 절대 신뢰였다. 그러나 조미진은 "수비수 보직 변경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나도 부모님도 공격 욕심이 많은 편이고, 골을 넣어야 주목받기 때문에 고민스러웠다. 팀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수비수로 변신하기로 했다. 우선은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타고난 공격본능은 감출 수 없다. 조미진은 공격 빌드업의 시작점이자, 세트피스에서 유용한 공격 옵션이다. "수비하다 틈날 때는 오버래핑도 하고 어시스트로 할 수 있다. 어제 훈련에서 한번 시도해봤는데 잘 돼서 정말 짜릿했다"며 활짝 웃었다. .


열여섯 축구소녀의 꿈을 물었다. 그 누구보다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냥 선수' 말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제2의 지소연'이 아닌 '조미진'이 되고 싶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좋아하는 선수를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키가 작지만 스피드가 좋고, 센스있게 공을 차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축구 팬이라면 '조미진'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내 마음속에 저장!'해도 좋겠다. 거침없이 당당하고, 똑똑한 이 소녀의 발끝에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