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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한 명 다쳤을 뿐인데 잃을 게 너무 많다."
수원의 간판 해결사 조나탄(27)의 부상 결장이 구단의 악재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후반기 K리그에 적잖은 여파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조나탄은 16일 서울 구로동 고려대구로병원에서 2차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발목 내측 복사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구단은 "주치의 박승면 박사로부터 골 유합을 위해 4∼8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최소 4주간 완전 깁스를 했다가 경과를 지켜본 뒤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나탄은 지난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의 슈퍼매치(0대1 패) 전반 38분 드리블 돌파를 하던 중 상대 선수의 강한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 이같은 부상을 했다.
불의의 부상으로 조나탄은 당장 10월 중순까지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현재 K리그 클래식 일정상 스플릿라운드가 시작되고 나서야 복귀가 가능하다. 상-하위 그룹이 결정되는 33라운드까지 남은 7경기를 모두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33라운드 예정일은 10월 1일, A대표팀 조기소집으로 연기하기로 한 28라운드도 조나탄 복귀 이전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실을 놓고 볼 때 수원 구단과 조나탄은 물론 국내 축구팬들도 잃은 것이 너무 많다. 우선 K리그 흥행이 찬물을 뒤집어 쓰게 생겼다. 조나탄은 현재 19골 득점 선두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데얀(서울·16골), 자일(전남), 양동현(포항·이상 15골)과 흥미진진한 득점 경쟁을 펼쳐왔다. 특히 K리그 최초 4경기 연속 멀티골을 한 조나탄과 한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31골·2012년) 보유자 데얀, 토종 자존심 양동현의 '득점머신' 대결은 축구팬들에게 큰 볼거리이자 유력한 리그 흥행 요소였다. 흥행만점의 경쟁구도에서 가장 '핫'한 조나탄이 이탈하면서 흥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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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조나탄의 활약 전과 후 관중수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집계가 있다. 조나탄이 6월 중순부터 연속골과 멀티골 행진을 시작하기 전 수원은 6차례 홈경기에서 평균 7621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하지만 골폭풍 가동 이후 7경기 관중은 평균 1만404명으로 크게 늘었다. 조나탄에게 악몽의 날이었던 12일 슈퍼매치에서는 올시즌 두 번째 최다관중(2만6581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원 구단은 속이 더 타들어 간다. 리그 3위 수원은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직행권이 걸린 최소 2위와 FA컵 우승이다. 상반기 고전하다가 하반기 대약진에 성공한 것은 조나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워지면 물이 오르는 조나탄이 한창 물 올랐을 때 쓰러졌다. 게다가 현재 전력 상 조나탄을 대체할 자원도 마땅치 않다. 수원은 조나탄의 이탈로 인해 막대한 동력을 상실한 셈이다. 5위부터 2위까지 승점 차가 촘촘해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인데 33라운드까지 현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는 다소 비관적이다.
3년간 계속된 최강 전북의 독주체제에 수원, 울산, 제주 등 전통의 클럽들이 사정권에서 도전하는 구도가 모처럼 형성된 것도 흥미요소였다. 수원에게 닥친 악재가 경쟁팀에겐 웃을 일이겠지만 리그 전체 흥행을 놓고 볼 때는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최종전까지 물고 물리는 경쟁구도와 스토리텔링이 되는 인물을 기폭제로 끌어낸 관심이 바로 대중 스포츠의 흥행공식이기 때문이다.
수원의 FA컵 2연패 꿈도 힘들어졌다. 준결승에 진출한 수원은 10월 중에 경기를 치를 예정이지만 조나탄을 여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리그 전체 일정상 조나탄 복귀 이후 날짜가 잡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팎으로 잃을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이 지레 걱정된걸까. 조나탄은 16일 깁스를 한 뒤 자신의 온라인통신망을 통해 "경기 중에 부상할 수도 있다. 괜찮다. 2개월 동안 수원팬으로서 함께 응원할테니 힘내세요"라며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