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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아메리카? 캡틴코리아도 있다.'
신태용호 1기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베테랑 K리거의 대거 발탁이다. K리그 최고령 이동국(38·전북)을 필두로 염기훈(34·수원) 이근호(32·강원)가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들의 합류로 신태용 감독은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이른바 '캡틴 천국'이 됐다. 각각 역할은 다르겠지만 리더 역할을 해 줄 자원이 풍부해졌다.
이동국은 2013∼2014시즌 전북에서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찼다. 2013년 시즌 프로생활 16년 만에 주장을 맡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전북 구단은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잘 수행했으며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 연결고리로 팀을 하나로 묶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했다. 이를 입증하듯 이동국이 주장을 맡는 동안 전북은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달성했다.
이근호는 올시즌 강원에서 부주장으로 시작했다가 백종환이 부상 등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하자 주장 완장을 넘겨받아 팀을 이끌고 있다. 강원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전임 슈틸리케 감독 후반기 대표팀에 다시 발탁될 정도로 그라운드에서의 파이팅은 따라갈 자가 없다.
현존 A대표팀의 굳건한 캡틴 기성용(28·스완지시티)을 포함하면 주장 인재풀이 4명으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K리거 베테랑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남일 차두리 코치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캡틴 천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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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코치는 2006년 핌 베어벡 감독이 지휘할 때 대표팀 주장 완장을 달았고 2013년 시즌 인천에서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차두리 코치 역시 대표팀에서 총 4차례 주장을 맡았으며, 은퇴 직전 FC서울에서도 주장직을 수행한 뒤 떠났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리더가 많은 게 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선수 장악력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신 감독이 교통정리에 나선다. 이번 신태용호 1기의 경우 '뽑아 놓고 보니 공교롭게도 주장감이 많더라'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신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K리그를 계속 관찰했기 때문에 부임 초기부터 이미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발탁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계획된 수순이었다는 뜻이다. 이른바 머리 굵은 선수들의 발탁이 전체 분위기에 해가 될 것 같았으면 미리 점찍어 두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부상 회복 중인 기성용 발탁을 예고하면서 "1~8차전까지 주장 맡으며 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새롭게 발탁된 선수 등 멤버가 많이 바뀌었다. 이런 선수들을 잡아줄 수 있는 이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캡틴' 기성용에게 변함없이 리더 역할을 맡긴다는 뜻이다.
현재 협회가 기대하는 최상의 그림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때 주장 박지성 체제다. 당시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이영표 이동국 등 선배들이 있는 상황에서 완장을 찬 박지성은 제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사공이 많다고 무조건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경험많은 '캡틴'의 머리를 맞대 '협치'를 하면 더 안전한 항해가 될 수 있다. 한국축구 '구조대장' 신 감독이 그리는 최상의 그림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