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집중분석]'7월 퇴장,무려 15회' K리그 레드카드 폭증한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7-26 02:55




"최근 선수들이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너무 쉽게 경고를 받고, 퇴장을 받는 것 같아 아쉽다. 의욕은 좋지만 퇴장 당하면 남은 선수들이 힘든 경기를 하게 된다. 감독 역시 선수 운용이 복잡해진다. 경기가 한쪽으로 기울면 냉정하게 보기가 어려워진다."

지난 23일 FC서울-전북 현대전(1대2패)을 관전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전반 25분 주세종의 퇴장 후 K리거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8월 초 A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매의눈'으로 선수 탐색에 나선 사령탑으로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25일 프로축구연맹에 의뢰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 감독의 '한여름 퇴장 경고' 발언은 '팩트'였다. 올시즌 3~7월까지 K리그 클래식의 총 퇴장징계는 26건(+3회 사후징계), 이 가운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1일 이후 퇴장이 절반 이상인 무려 15건에 달했다.


장맛속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 중순 이후 퇴장은 더욱 빈발했다. 22~23일 펼쳐진 23라운드, K리그 클래식 6경기 중 서울-전북전 포함 무려 4경기에서 퇴장 상황이 나왔다. 19일 22라운드에선 절반인 3경기에서 퇴장이 속출했다. '퇴장 변수'가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전북은 지난 2일 서울전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40분, 신형민의 퇴장 후 박주영에게 극장골을 허용하며 1대2로 졌다. 23일 서울-전북전에선 정반대 상황이 나왔다. 전반 25분 서울 미드필더 주세종이 퇴장당하며, 서울이 전북에 1대2로 졌다. '전설매치'에서 2회 연속 퇴장 판정이 승부를 좌우했다.

2017년 7월 레드카드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날씨탓이다. 동남아를 방불케하는 고온다습하고 무더운 날씨속에 그라운드 불쾌지수가 폭등한다. 주중경기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크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한증막' 그라운드에서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데 90분 내내 찰거머리같은 수비까지 달라붙으니 짜증이 안날 수 없다. 쉽게 지치다보니 제대로 볼 컨트롤이 안되면서 무리한 플레이도 나온다. 강력한 보디체크에 한순간 평정심을 잃고 울컥, 버럭하기도 하고, 팔꿈치를 과도하게 쓰고, 남몰래 슬쩍 밟기도 한다.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둘째, VAR(Video Assistant Referee, 영상판독심판) 도입 효과다. 모든 상황을 VAR이 딱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7월 1일 도입된 VAR은 그라운드 위에 블랙박스다. 퇴장 상황에서 어김없이 작동한다. VAR이 개입하는 상황은 오직 4가지 판정 상황, 골 페널티킥/노페널티킥 판정 레드카드(두번째 옐로카드 상황은 제외) 징계조치 오류(mistaken identity), 명백한 오심 등 4가지 경우다. 주심이 놓친 레드카드, 명백한 오심 상황을 VAR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레드카드 상황을 잡아낸다. 7월, 15건의 퇴장 판정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5건이 VAR에 의한 것이었다.

8일 인천-대구전(0대0무) 김동석의 경우 원심 없이 VAR의 개입에 의해 퇴장이 선언됐다. 12일 대구-울산전(1대3패) 최규백의 경우 당초 옐로카드가 VAR 리뷰에 따라 레드카드로 카드색이 바뀌었다. 16일 인천-강원전(1대1무) 강지용의 퇴장 상황도 VAR에 의거, 옐로카드가 레드카드로 바뀌었다. 전남은 2라운드 연속 VAR에 의한 퇴장선수가 나왔다. 19일 수원-전남전(4대1승)에서 주심의 원심은 파울과 어드밴티지였지만 VAR 리뷰 후 퇴장으로 번복됐다. 22일 광주-전남전(1대2패)에서는 센터백 토미가 완델손에게 가한 백태클 직후 경기가 재개됐지만 VAR 리뷰 후 퇴장 판정이 났다. 노상래 전남 감독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항변했지만 심판진, 관중이 실시간 공유하는 VAR에 대한 신뢰도는 절대적이다.

7월 레드카드 급증에 대해 그라운드 선수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VAR 이후 퇴장 판정이 늘어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한 퇴장은 팀에 큰 부담을 준다. 요즘같은 무더위, 살인일정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필요한 플레이는 동업자 정신을 해치고, 팬들을 실망시킨다. 당일 경기 승패는 물론 다음 경기 선수 운용까지 영향을 미친다. 물리적 충돌을 피하는 영리한 플레이, 상대를 존중하는 페어플레이, 스스로를 관리하는 마인드 컨트롤 등 프로선수의 기본을 재확인할 시간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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