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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전,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 하프타임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두 베테랑의 유니폼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라운드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라커룸을 향하는 백전노장 이동국과 조성환의 모습은 뭉클했다. 조성환이 슬며시 내민 손을 이동국이 꼬옥 잡았다. 전쟁같은 그라운드, 아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 20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벼온 '이심전심' 전우애는 통했다.
상주전, 최강희 전북 감독의 선택은 '베테랑' 이동국 조성환 박원재였다. 주중경기 광주- 주말 서울전을 앞둔 로테이션이라고 담담히 말했지만 '이겨야 사는' 경기였다. 후반기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는 중요한 일전, '믿고 써온' 고참 라인업을 가동했다. 이동국과 조성환이 나란히 선발 출전한 것은 올시즌 처음이었다. 2위 울산과 승점이 같은 상황, 박빙의 선두다툼 위기에서 최전방, 최후방 중심에 '전북의 심장' 이동국과 조성환이 출격했다.
전반 이동국은 전북의 2골에 모두 관여했다. 로페즈 '18초골'의 시작점이 됐고, 전반 40분 감각적인 패스로 에델의 두번째 골을 직접 어시스트했다. 전반 17분 이재성의 크로스에 바이시클킥까지 쏘아올리며 몸 사리지 않는 승부욕, 변함없는 클래스를 펼쳐보였다.
20대 초반, 두려울 것 없던 '축구청춘' 이동국과 조성환은 라이벌 공격수와 수비수로 만나 한치 양보없는 승부를 펼쳤다. 2009년 서른살의 이동국이 전북행을 택했고, 이듬해인 2010년 스물여덟 수비수 조성환이 전북 유니폼을 입으며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이후 7년간 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리며 함께 '1강' 전북의 신화를 써나갔다. 그날의 청춘들은 이제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팀이 위기에 처한 순간, 베테랑의 존재감은 빛났다.
3대1 승리 후 이동국은 "제주에 패한 후 분위기가 다운됐다. 오늘 상주전에는 조성환, 박원재, 저를 포함한 베테랑 선수들이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통산 453경기, 195골 67도움 이동국이 써내려가고 있는 K리그의 역사다. 이날 도움 1개를 추가하며 K리그 전인미답의 200호골, 최초의 70-70클럽을 눈앞에 뒀다.
가벼운 허리부상을 치료중이던 조성환은 "상주전은 정말 간절했다"고 말했다. "(이)동국이형 뿐만 아니라, 나와 (박)원재는 상주전이 정말 중요했다. 행여 우리의 부족함으로 인해 팀이 잘못 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정말 간절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대선배들이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데, 후배들이 한발 더 뛰지 않을 수 없다. '1강' 전북을 지키는 힘은 오직 팀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베테랑들의 투혼에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