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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형들이 잘 가르치는 것 같던데요?"
섬세한 외발의 소유자. 1m70-63kg의 작은 체구지만 공을 빼앗기지 않는 수준급 드리블러. 문창진은 많은 장점을 지녔다.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포항제철중-포철공고를 거친 그는 '포항의 내일'이었다.
2% 아쉬웠던 문창진은 2017년 강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반응은 냉랭했다. "강원에 온다고 큰 변화가 있을까?" 3~4월까지만 해도 '문창진의 온도'는 미지근했다.
5월이 되면서 문창진이 떠올랐다. 5월 13일 대구전에서 1골을 터뜨리며 '골 신고식'을 올렸다. 그러더니 이후 치러진 광주-대구-상주전에서 연달아 골망을 갈랐다.
골 뿐만이 아니다. 경기력도 올라왔다. 자신감이 붙었다. 어렸을 적 많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던 그 문창진의 모습이었다.
문창진은 1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골 맛을 봤다. 전반 19분이었다. 문창진은 김경중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왼발로 침착히 차 넣었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하지만 문창진의 성장세를 느낄 수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문창진은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측면과 중앙, 최전방을 오가며 볼 배급을 했다. 틈이 보이면 예리한 스루패스로 인천을 위협했다.
껍질을 깬 문창진, 그 뒤엔 '형님들의 가르침'이 있었다. 강원엔 정조국 이근호 황진성 김승용 오범석 오승범 등 다수의 베테랑들이 있다. 최 감독은 "내가 따로 뭐 한 건 없다. 보니까 형들이 문창진을 잘 가르치는 것 같더라"라며 "과거 포항에 있을 때도 좋은 선수들과 함께 했겠지만 문창진을 잘 잡아줄 선수들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강원엔 기량과 경험을 갖춘 형들이 있어 많이 보고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창진은 수시로 형님들의 뒤를 따르며 착실히 성장하고 있었다. 최 감독은 "볼 때마다 형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커피 타임도 자주 갖는 것 같고 식사도 자주 함께 하면서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 같다.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천=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