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호의 투혼, 달라진 울산의 현주소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07-16 18:18



15일 울산월드컵경기장.

광주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후반 4분 그라운드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종호(울산 현대)의 입술엔 선혈이 낭자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김도훈 울산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종호를 투입했다. 그라운드를 밟은 지 4분 만의 부상이었다. 왼쪽 아랫입술은 한눈에 봐도 선명하게 찢어져 있었다. 출혈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지혈을 위해 붙인 거즈도 계속 떨어졌다. 다시 벤치로 들어간 이종호는 의무팀의 도움을 받아 압박붕대를 머리 한 바퀴 둘러 아랫입술을 모두 감싼 채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입을 벌리고 뛰게 되어 정상적인 호흡조차 곤란해 보이는 모양새였지만 이종호의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

이종호를 비롯해 리차드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날 광주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최하위로 처져 있는 광주의 격렬한 저항은 울산에도 희생을 강요했다. 하지만 울산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와 정면승부를 벌였다. 울산은 후반 22분 터진 김인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광주를 1대0으로 제압하고 승점 3을 챙겼다.

그라운드 안팎에선 최근 울산의 상승세 비결은 '투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월의 대패'가 터닝포인트였다. 전남에 0대5로 참패한 뒤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에서 0대4로 패하는 굴욕을 겪었다. 모두가 위기를 떠올리던 순간이었다.

최근 수 년간 울산은 '리더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준국가대표급'으로 불리우는 화려한 스쿼드를 갖추고 있었지만 조직력은 정반대였다. 2013년 김호곤 전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물러난 뒤 두 차례나 사령탑이 교체되면서 겪은 혼란기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두 번의 대패 뒤 선수들 스스로 '정신차리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소통을 강조해 온 김 감독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울산은 가시마전 대패 뒤 광주전까지 클래식, FA컵 등 시즌 16경기서 11승(3무2패)을 거두는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다.

이종호는 광주전을 마친 뒤 입술을 10바늘 꿰맸다. 후반 추가시간 이마가 찢어졌던 리차드는 40바늘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의 두 축이 다친 만큼 김 감독의 아쉬움은 클 법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선두권을 내달리고 있는 울산 선수들에겐 두 선수의 부상이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이종호는) 의무팀에서 '안되겠다'는 신호를 보내 교체를 준비했는데 본인이 강력히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 스스로 잘 해주고 있다. 아마 모든 지도자가 원하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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