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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화이팅! 잘했어."
톱 클래스의 지도자라면 누구나 A대표팀 감독을 꿈꾼다. 신 감독도 그랬다. 아니 그는 더 솔직하게 그 자리를 갈망했다. 가끔 "말이 앞선다"며 선배들로부터 '주의'를 받지만 신 감독의 입은 늘 거침이 없다.
'닭띠의 해', 닭띠 신 감독을 새해 벽두에 봤을 때도 그랬다. 20세 이하(U-20) 사령탑 시절이었다. "난 원래 숨기지 못하는 것 알잖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이상 꿈은 A대표팀 감독이야. 언젠가는 꼭 할거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그의 옆에는 '제2의 신태용'을 꿈꾸는 둘째 아들도 있었다.
누가 봐도 작금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2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2경기에 한국 축구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 확률은 50대50, 만에 하나 월드컵 진출이 좌절될 경우 신태용의 미래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미래가 창창한 지도자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에라도 기회가 온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인생이 도박아니냐. 운명을 피하고 싶지 않다. 기회가 되면 이번에 A대표팀 감독을 하고 싶다. 월드컵에 못 나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목소리는 카랑카랑했고, 눈빛은 간절했다.
신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사실 그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감독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일찍 꿈을 이뤘다. 물론 '도박'같은 앞 길이 기다리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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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의 핸디캡도 있었다.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화려했던 프로 선수 생활과 달리 대표팀에선 궁합이 맞지 않았다. '반쪽 자리'라는 꼬리표가 떠나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무한한 자신감이다. 그는 늘 유별났다. 2010년 성남을 이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직후 내뱉은 "난 난 놈이다(본인은 극구 부인)"라는 발언이 신 감독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한 마디다.
그는 뭘 하든지 톡톡 튄다. 그라운드 밖에서 노는 데도 '1등'이다. '잡기'에도 도통해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들끓는다.
대표팀은 호흡이 짧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도 '신태용이라면'하는 '믿음'이 있다. 종착역을 예단할 수 없지만 꾀의 대명사인 '그라운드의 여우'인 만큼 '난 놈' 기질을 제대로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통'이라 일컬어 지지만 정확히 말해 희생, 책임감, 절박함이 결여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우리'는 없고 '나'만 있었던 것이 한국 축구를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 감독이 현 상황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령탑이다. 선수 각 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모두를 품에 안겠지만 '윈팀'에 반할 경우에는 그 누구라도 가차없이 칼을 빼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 우리는 축구가 위기라고 듣고 있다. 물론 위기가 맞다. 절대적이다. 위기보다는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두 경기를 남겨놓고 많은 힘을 줬으면 좋겠다. 나도 A대표팀 감독으로서 시작이다. 우리 선수들이 아시아에선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수 하나로 의기소침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란, 우즈벡전을 지면 질타를 받겠다. 그 전까지는 힘을 많이 실어줬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퇴로는 없다. 신 감독은 이번 주말 K리그 관전을 통해 A대표팀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의 시작, 이제 믿고, 지지하면서 기다려주자.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