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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한국 셔틀콕의 숨은 용병술-허를 찔렀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7-03 21:49


김하나와 서승재가 2일 대만오픈에서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한 뒤 하이파이브로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영상 캡처



한국 배드민턴이 최근 상승세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세대교체 과도기인데도 기대 이상의 성과로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지난 5월 제15회 세계혼합단체 배드민턴세계선수권대회에서 14년 만에 정상에 오른 한국은 국내 여름철연맹전에 이어 인도네시아-호주-대만오픈을 순회하는 강행군을 했다.

인도네시아(슈퍼시리즈프리미어)에서 은메달 2개-동메달 1개, 호주대회(슈퍼시리즈) 동메달 1개에 이어 투어 마지막인 대만(그랑프리골드)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2일 끝난 대만오픈은 1군 선수들의 휴식을 위해 2군급 선수들을 내세운 대회여서 기쁨 두 배다. 이로써 세대교체 작업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 같은 상승세에는 숨겨진 비결이 있다. 이른바 '허를 찌른' 용병술이다. 이런 특징은 대만오픈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서승재(20·원광대)-김하나(28·삼성전기)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보기 드문 공통점을 보여줬다. 서승재와 김하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복식조를 꾸려 출전했다가 깜짝 우승까지 했다. 이전까지 김하나는 김덕영(상무)과 혼합복식을 했고, 서승재는 남자복식에서 뛰었다.


2일 대만오픈 여자복식 결승에서 집안대결을 펼친 김소영-채유정, 유해원-김혜린(왼쪽부터). 김소영-채유정조가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눈빛만 봐도 알아야 한다 배드민턴 복식 종목에서 갑자기 조를 이뤄 우승하는 경우는 기적에 가깝다. 호흡이 오랜 기간, 너무 잘맞다 보니 김동문(원광대 교수)-라경민(대표팀 코치)처럼 부부로 발전하기도 하는 게 배드민턴 복식이다.

서승재-김하나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김하나는 지난 2013년에도 고성현과 사전 동반훈련 없이 출전했다가 우승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회가 대만오픈이었다. 이후 고성현-김하나조는 작년까지 세계 상위랭킹을 달렸다. 서승재 역시 1개월 전 세계혼합단체전에서 최솔규(한체대)와 남자복식을 처음으로 결성해 결승전까지 연승 행진으로 우승의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전까지 서승재는 단식 선수였는데 복식 전문가인 강경진 대표팀 감독이 단식의 장점인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해 복식으로 전향시키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세대교체 실험을 위해 신생조를 투입한 것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았다. '적'들에게 우리의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은 채 허를 찌를 수 있었다. 배드민턴에서 상대 전력 분석은 중요한 필승 전략이다. 작년 리우올림픽의 경우만 해도 경쟁국인 중국, 인도네시아가 스파이를 동원해 세계 최강인 유연성-이용대의 훈련 정보를 캐내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이지 않는 첩보 전쟁을 치를 정도다. 복식 선수 각자의 특성·습관이 있기 마련이라 플레이 패턴을 연구하면 한층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식 세계에서 김하나-고성현, 서승재-최솔규, 서승재-김하나 등 전에 없던 복식조의 등장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훌륭한 용병술이 된다.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각오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이보다 좋은 실전 테스트가 없다.

물론 깜짝 신생조를 내민다고 다 성공은 아니다. 전제 조건이 있다. 둘 중 한 명 견인차가 있어야 한다. 대표팀 맏언니인 김하나가 제격이었다. 서승재는 "(하나)누나의 경험을 믿었다. 조언해주는 대로 잘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고 김하나는 "사실 처음 조를 만든 것이라 힘들 것이라 걱정했지만 승재가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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