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겸 부회장)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발표상으로는 상호 계약 해지였다. 그리고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나라는 지난 14일 카타르 원정에서 2대3으로 졌다. 그 패배로 한국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게 됐다. 이겼더라면 승점 4점차로 여유가 있었다. 한국은 이란전(8월31일)과 우즈베키스탄전(9월5일)을 남겨두고 있다.
카타르전 이후 약 보름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A대표팀 감독은 미정 상태다. 기술위원장 선임을 두고는 뒷말들이 많다. A대표팀 감독을 두고도 '나이' '기준' '국내파, 해외파' 등의 의견이 분분했다. 약간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처음으로 돌아가 지금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에서 어떤 감독이 A대표팀에 최적임자일까.
대한축구협회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감안할 때 그들은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이란전과 우즈벡전에서 한국을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로 이끌 '소방수' 사령탑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중요도 순에서 차순일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가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할 경우 축구협회를 지탱하는 큰 스폰서들이 후원을 중단하거나 재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협회 살림살이는 줄 수밖에 없다. 협회의 여러 사업들이 없어지거나 줄 것이다. 또 인건비 축소는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협회 직원 감축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럼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이길 수 있는 지도자는 누굴까. 이란전은 우리 홈에서 열리고, 우즈벡전은 원정이다.
국가대표팀을 경험해본 전문가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심적 부담이 큰 두 경기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의 경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자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선수들이 함께 하고 싶은 감독이다. 둘째는 선수들을 강하게 휘어잡고 끌고 갈 수 있는 감독이다. 이 두 부류의 사령탑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결국 지향하는 결과는 똑같다. 선수들을 잘 움직이게 해 승리를 따낸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경기 준비는 감독이 하지만 결국 그라운드에서 뛰고 상대를 제압하는 건 선수다. 선수들이 원하고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좀 다른 얘기를 한다. "요즘 같은 신세대 선수들을 믿을 수 있을까. 요즘 젊은 선수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와는 또 다르다. 위기 상황에선 강한 리더가 확 휘어잡고 밀어붙여야 한다."
어떤 스타일의 감독이 맞고 안 맞고, 정답은 없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선택권자는 정확한 상황 인식과 혜안이 필요하다. 정몽규 협회장이 최종결정권자다.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면 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