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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사태를 겪은 이후 관심은 차기 A대표팀 사령탑-기술위원장 인선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A대표팀 감독 교체 시기마다 외국인 영입론이 대세였다. 2002년 '히딩크 신화'를 계기로 눈높이가 부쩍 높아진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번 차기 사령탑 하마평에서 '더 능력있는 외국인을 영입하자'는 주장은 '소수의견'으로 힘을 얻지 못한다.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은 지난 15일 슈틸리케와 동반 퇴진을 발표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국내 감독을 추천했다. 해외에 있는 외국인 후보들을 물색하고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하고 사실상 '아노미' 상태인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한 게 사실이다. 이란과의 9차전(8월 31일)까지 2개월 넘게 남았고 좀 서두르면 못할 것도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은 속사정이 있다. 2개월간 서두르면 가능하다는 주장은 이른바 '외국인 후보 인재풀'을 갖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용수 위원장은 자신이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하는 과정서부터 한배를 탔고 '운명을 같이 한다'는 책임감이 무척 강했다. 이번에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동반 퇴진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슈틸리케가 떠나면 나도 떠나겠다"고 각오한 마당에 다른 외국인 후보를 추려 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차기 기술위원장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른바 정권을 넘겨주는 이가 후임자에게 인수하면서 '알박기' 인사를 하는 모양새가 된다. 대표팀 감독 선발 권한을 가진 차기 기술위의 철학이 이 위원장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플랜B'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말 시리아전 이후 이 위원장은 정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바 있다.<스포츠조선 4월 3일 단독 보도> 당시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와 함께 책임지겠다는 입장"이었고 정 회장은 "마땅한 대안이 없고 지금 물러나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으로 보일 수 있다"며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이후 이 위원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이를 수습하는데 몰두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카타르전 참패'라는 불운을 맞이하고 말았다.
설령 외국인 후보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행을 선택할 이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종예선 2경기만 남겨 둔 상황이 큰 걸림돌이다. 협회가 최종예선 결과와 상관없이 장기간 계약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수표'가 될 위험이 크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 본선행에 실패했을 경우 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축구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을 게 뻔하다. 익명성으로 인해 마구 쏟아내는 사이버 여론 특성상 새 감독의 또다른 단점을 들춰낸다. 어려울 때 모셔온 첫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기 십상이다. 그런 상황마저 협회가 통제할 수 없다.
"축구팬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외국인 감독 가운데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올 사람은 없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