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걸 걸 수 있는 승부사가 필요하다."
허 부총재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국내 지도자로 월드컵 성적만 놓고 허 부총재를 능가할 경쟁자는 없다. 그는 남아공월드컵 성공 이후 미련없이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변신 후 2012년 4월 사임했다. 이후 2013년부터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 단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지금의 부총재를 맡고 있다. 일부에선 허 부총재가 현장 지도자를 그만 둔 기간이 5년으로 너무 길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 5년 동안 지도자 때보다 더 많은 경기를 봤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부총재가 된 후에는 매주 K리그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는 "행정가로 변신한 후 경기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훨씬 객관적으로 경기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허 부총재는 14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A대표팀 감독 복귀설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한 건 분명하다. 상황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상황에선 정말 모든 걸 던질 수 있는 지도자가 와야 한다. 난 마음을 비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전(홈)과 9월 5일 우즈벡전(원정)을 통해 우즈벡 보다 승점에서 앞서야만 조 2위로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게 된다.
|
|
과연 허 부총재가 말한 그런 지도자는 누굴까. 꼬집어 누구라고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지도자 보다 모든 걸 이뤘고 손해볼 게 없는 베테랑 감독이 낫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허 부총재는 자신에게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늘 말한다. 그는 감독 출신으로 그라운드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4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 때 "남아공월드컵 16강서 아쉽게 패한 우루과이와 다시 맞붙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요즘 A대표 선수들이 팀으로 뭉치지 못하고, 희생하는 플레이가 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겉멋이 들었다"는 충고도 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에게 "선수별로 숙제를 내주면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훈수도 뒀다.
허 부총재는 지난 4월초 축구협회가 슈틸리케 후임 감독에 대한 후보군을 추렸을 때 후보군에 포함이 됐다. 당시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하면서 감독 교체건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제 다시 그때 준비한 카드들이 부상하고 있다.
허 부총재는 위기에 봉착한 한국 축구를 나몰라라 할 지도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 위기를 즐길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