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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력 '포스트 슈틸리케' 허정무 "모든걸 걸 승부사가 필요"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6-15 00:41


허정무 부총재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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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걸 수 있는 승부사가 필요하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62)는 '포스트 슈틸리케' 하마평에 올라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오후 기술위원회를 갖는다. 여기서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동반 사퇴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직책에서 사임하는 것이다. 이미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의 큰 그림은 그려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4일 한국 축구 A대표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에서 2대3으로 패하는 걸 지켜봤다. 이용수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 및 선수들과 14일 오후 귀국했다. 이용수 위원장은 공항 인터뷰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승점 13)은 이번 최종예선 A조 2위로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 승점 1점차 밖에 나지 않는다. 남은 경기는 이란전과 우즈벡전이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큰 위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축구협회 안팎에서 슈틸리케 후임자를 놓고 유력 후보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중 한 명이 허정무 부총재다. 축구 원로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한 원로 축구인은 "이런 위기 상황에선 젊은 지도자 보다는 경험이 많고 승부사 기질이 있는 베테랑 감독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한다.

허 부총재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국내 지도자로 월드컵 성적만 놓고 허 부총재를 능가할 경쟁자는 없다. 그는 남아공월드컵 성공 이후 미련없이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변신 후 2012년 4월 사임했다. 이후 2013년부터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 단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지금의 부총재를 맡고 있다. 일부에선 허 부총재가 현장 지도자를 그만 둔 기간이 5년으로 너무 길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 5년 동안 지도자 때보다 더 많은 경기를 봤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부총재가 된 후에는 매주 K리그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는 "행정가로 변신한 후 경기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훨씬 객관적으로 경기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허 부총재는 14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A대표팀 감독 복귀설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한 건 분명하다. 상황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상황에선 정말 모든 걸 던질 수 있는 지도자가 와야 한다. 난 마음을 비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전(홈)과 9월 5일 우즈벡전(원정)을 통해 우즈벡 보다 승점에서 앞서야만 조 2위로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게 된다.


남아공월드컵 때의 허정무 감독 스포츠조선

남아공월드컵 때의 허정무 감독 스포츠조선
허 부총재는 이런 말도 했다. "그냥 자신의 걸 버릴 수 있는 지도자, 잃어버려도 괜찮은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 남은 2경기에서 승부를 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과연 허 부총재가 말한 그런 지도자는 누굴까. 꼬집어 누구라고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지도자 보다 모든 걸 이뤘고 손해볼 게 없는 베테랑 감독이 낫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허 부총재는 자신에게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늘 말한다. 그는 감독 출신으로 그라운드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4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 때 "남아공월드컵 16강서 아쉽게 패한 우루과이와 다시 맞붙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요즘 A대표 선수들이 팀으로 뭉치지 못하고, 희생하는 플레이가 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겉멋이 들었다"는 충고도 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에게 "선수별로 숙제를 내주면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훈수도 뒀다.

허 부총재는 지난 4월초 축구협회가 슈틸리케 후임 감독에 대한 후보군을 추렸을 때 후보군에 포함이 됐다. 당시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하면서 감독 교체건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제 다시 그때 준비한 카드들이 부상하고 있다.

허 부총재는 위기에 봉착한 한국 축구를 나몰라라 할 지도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 위기를 즐길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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