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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풀백 정 운, '2G 연속골' 비하인드 스토리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5-10 16:59 | 최종수정 2017-05-10 22:10




"저도 모르겠어요. 참 희한해요!"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가 감바 오사카(일본)를 2대0으로 꺾고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구단 창단 이래 최초로 ACL 조별리그 문턱을 넘었다.

무서운 상승세다. 지난 3일 전북을 4대0으로 완파하더니 6일엔 상주까지 4대1로 꺾었다. 그리고 역사적인 ACL 16강 진출까지 달성했다.

제주 풀백 정 운(28)의 기세도 심상치 않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던 정 운, 지난달 30일 수원전 후반 교체로 투입되며 복귀한 뒤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두 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정 운은 상주전(4대1 제주 승) 후반 42분 대포알 같은 장거리 왼발 프리킥으로 팀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난 감바전엔 예리한 뒷 공간 침투로 귀중한 선제골을 뽑았다. 모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정 운은 "원래 상주전 프리킥 키커는 내가 아니었다. 좌준협이 키커였고, 당시 벤치에서도 좌준협이 찰 것을 지시했다"면서 "그런데 휘슬이 울렸는데 상주 골키퍼가 벽을 세우고 있기에 냅다 때려봤다. 솔직히 나도 들어갈지 몰랐다"고 말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놀랐다. 조 감독은 "골이 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당황했다"면서 "정 운에게 지시를 불이행한 벌로 페널티를 먹였다"며 웃었다. 정 운은 상주전 후 선수단 전원에 커피를 대령하는 벌칙(?)을 수행했다.

감바전 선제골에도 '비화'가 있다. 정 운은 기막힌 침투로 마르셀로의 롱패스를 받아 1대1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공이 오른발 쪽에 걸렸다. 정 운은 왼발 잡이다. 오른발은 아예 쓰지 않는다. 정 운은 "일단 잘 들어갔다 싶었는데 공이 오른발 쪽에 있었다. 지금까지 오른발 슈팅은 한 번도 연습한 적 없어서 놀랐다"면서도 "그래도 '에라 모르겠다' 하며 한번 차봤는데 그게 또 수비 발에 맞고 들어가더라"라고 밝혔다.


당시 슈팅 전 공이 바운드되면서 정 운의 낭심 부위에 맞은 것처럼 보였다. 일각에선 '정 운이 고통을 참고 골을 넣었다'고 했다. 정 운이 웃었다. "팬들이 '진정한 남자 트래핑'이라고 하더라. 나도 관련 사진과 댓글을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다행히 그곳은 아니었다. 사타구니에 닿아서 전혀 통증은 없었다"며 크게 웃었다.

갑자기 연달아 골 맛을 본 정 운. 무슨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조 감독은 "전혀 전술이나 역할 변화를 준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운은 고민했다. "설마…. 그것 때문인가."

정 운은 "부상 복귀하고 외삼촌이 붉은색 속옷을 선물해줬다. '좋은 기운이 깃들 것'이라 했다"며 "전북전부터 입고 뛰었는데 전북도 이기고 상주, 감바전에선 골을 넣었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잘 하라는 의미라 생각한다. 이 분위기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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