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도 모르겠어요. 참 희한해요!"
제주 풀백 정 운(28)의 기세도 심상치 않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던 정 운, 지난달 30일 수원전 후반 교체로 투입되며 복귀한 뒤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두 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정 운은 상주전(4대1 제주 승) 후반 42분 대포알 같은 장거리 왼발 프리킥으로 팀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난 감바전엔 예리한 뒷 공간 침투로 귀중한 선제골을 뽑았다. 모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놀랐다. 조 감독은 "골이 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당황했다"면서 "정 운에게 지시를 불이행한 벌로 페널티를 먹였다"며 웃었다. 정 운은 상주전 후 선수단 전원에 커피를 대령하는 벌칙(?)을 수행했다.
감바전 선제골에도 '비화'가 있다. 정 운은 기막힌 침투로 마르셀로의 롱패스를 받아 1대1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공이 오른발 쪽에 걸렸다. 정 운은 왼발 잡이다. 오른발은 아예 쓰지 않는다. 정 운은 "일단 잘 들어갔다 싶었는데 공이 오른발 쪽에 있었다. 지금까지 오른발 슈팅은 한 번도 연습한 적 없어서 놀랐다"면서도 "그래도 '에라 모르겠다' 하며 한번 차봤는데 그게 또 수비 발에 맞고 들어가더라"라고 밝혔다.
당시 슈팅 전 공이 바운드되면서 정 운의 낭심 부위에 맞은 것처럼 보였다. 일각에선 '정 운이 고통을 참고 골을 넣었다'고 했다. 정 운이 웃었다. "팬들이 '진정한 남자 트래핑'이라고 하더라. 나도 관련 사진과 댓글을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다행히 그곳은 아니었다. 사타구니에 닿아서 전혀 통증은 없었다"며 크게 웃었다.
갑자기 연달아 골 맛을 본 정 운. 무슨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조 감독은 "전혀 전술이나 역할 변화를 준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운은 고민했다. "설마…. 그것 때문인가."
정 운은 "부상 복귀하고 외삼촌이 붉은색 속옷을 선물해줬다. '좋은 기운이 깃들 것'이라 했다"며 "전북전부터 입고 뛰었는데 전북도 이기고 상주, 감바전에선 골을 넣었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잘 하라는 의미라 생각한다. 이 분위기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