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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북런던더비 경기장 바깥은 축구 전쟁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05-01 07:42 | 최종수정 2017-05-01 08:01

ⓒAFPBBNews = News1


[화이트하트레인(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동영상은 찍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아스널 팬들이 공격할 수도 있거든요."

옆을 지나던 한 토트넘 팬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기마경찰들은 계속 주위를 왔다갔다했다. 토트넘 팬들에게 "이곳에 서있지 말고 빨리 경기장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결국 비디오 카메라를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다.

30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 토트넘과 아스널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북런던의 라이벌이다. 양 팀 경기장 간의 거리는 6.4㎞에 불과하다. 그만큼 가깝지만, 양 팀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양 팀이 맞붙기만 하면 사고가 발생한다. 주로 팬들 사이의 폭력 사고다. 이날 런던 지역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인근 지하철역인 세븐시스터스역 안부터 경찰들이 쫙 깔려있었다.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아스널 팬들은 격리조치했다. 경찰들로 구성한 인간띠 안에 들여놓았다.

세븐시스터스역에서 화이트하트레인으로 가는 길에도 경찰차들이 즐비했다. 곳곳이 경찰들이었다. 아스널팬들은 오버그라운드 브루스 그로브 역앞에 집결했다.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서였다.

경기 시작 40여분 전 남쪽 스탠드 원정팬들 입구 앞으로 갔다. 이미 경찰들로 인간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상태였다. 기마경찰도 대거 대기하고 있었다. 몇몇 홀로 왔거나 가족 단위로 온 아스널 팬들들이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인간 바리케이드 옆에 있던 토트넘 팬들의 야유와 욕설 속에서 입장했다.

ⓒAFPBBNews = News1

시간이 지났다. '본대'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 시작 10분전 어쩔 수 없이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그 때까지도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킥 오프 5분전이 되서야 아스널 팬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늦은 이유가 있었다. 아스널 팬들은 이미 한 바탕 소동을 벌인 뒤였다. 화이트하트레인으로 향하는 대로를 행진하다 홍염을 터뜨렸다. 여기에 몇몇 팬들은 벌써 주먹을 서로 나누었다 .경찰들이 상황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경기 시작과 함께 아스널 팬들은 함성을 크게 질렀다. 하지만 이내 토트넘 홈팬들의 엄청난 함성과 노래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90분동안 양팀 팬들은 서로를 향해 욕하고 소리지르며 야유를 보냈다. 후반 10분과 13분 토트넘이 골을 넣었다. 화이트하트레인은 떠나갈 듯 했다. 후반 30분이 넘어갔다. 아스널의 패색이 짙어졌다. 토트넘 홈팬들은 아스널 원정팬들을 향해 노래를 불렀다. 비틀즈의 명곡 '헤이 쥬드'의 후렴구였다. 마지막 가사 '헤이 쥬드' 대신 '너희는 바보다(you shit)'이라는 가사를 붙였다. 다들 부르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아스널 팬들은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토트넘이 2대0으로 이겼다. 아스널 팬들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반면 토트넘 팬들은 좀처럼 나가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22년만에 아스널보다 리그에서 더 높은 순위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남은 경기 아스널이 모두 승리하더라도 토트넘을 넘지 못한다.

경기 후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22년만에 토트넘에게 높은 순위를 내준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토트넘 팬들의 기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됐다. 경기장 주변 펍들은 토트넘 팬들의 노래로 넘쳐났다. 리버풀스트리트까지 가는 오버그라운드 기차 안에서도 토트넘 팬들이 노래를 불렀다. 종점인 리버풀스트리트역에 내려서도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토트넘의 역사에 남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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