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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300]인프라, '골든타임'이 있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4-19 21:49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느덧 3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인의 겨울축제. 국가적 차원에서 행사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선수단은 최고의 성적을 위해 기량을 다지고 있다. 조직위는 행정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을까. 호스트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바로 인프라다. 꼼꼼하게 살펴 부족함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프라 구축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다음 기회'는 없다. 300여일 앞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에 비해 더 많은 시설이 요구된다. 비용도 많이 든다. 정부적 차원에서의 섬세하고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 세계인의 축제의 장인 평창의 인프라는 어떤 모습일까. 스포츠조선이 평창 D-300을 맞아 현장 인프라를 긴급 점검했다. 직접 시설들을 찾아 인프라를 눈으로 확인하고, 선수와 전문가, 그리고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해 봤다.


강릉하키센터. 강릉=임정택 기자
지난 6일 강릉하키센터.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4차전으로 남북전이 열린 날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겸한 대회였다. 결과는 한국의 3대0 완승. 장내엔 기쁨의 파도가 물결쳤다.

하지만 환희도 잠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커룸이 좁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25명의 선수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규모가 좁다. 외국 시설들과 비교했을 때 공간 여유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체격이 작은 여자 선수들이었는 데도 이 정도였으니 남자 선수라면 과연 어땠을까. 실제 이날 경기 전 이 장소에서 열렸던 한국-러시아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2연전 당시에는 더 큰 불만이 쏟아졌다. 당시 경기에 출전했던 한 선수는 "한국과 러시아 두 팀 뿐이라 다른 라커룸을 배정해서 그나마 여유가 있었는데 올림픽 때 다른 팀들이 들어오면 꽤나 비좁을 것 같다"고 말했다.

라커룸 내 화장실도 문제다. 소변기가 없다. 장애인용 대변기 하나가 전부다. 아이스하키는 3피리어드로 진행된다. 피리어드 사이마다 15분의 휴식시간이 있다. 이 때 대부분 선수들은 화장실을 찾는다. 소변을 자주 봐야 하는 이유는 경기 중 라인이 교체될 때 마다 에너지 보충 음료를 마시기 때문이다. 한 선수는 "러시아전 당시 소변기가 없어 화장실이 엄청 북적거렸다. 몇몇 선수들은 샤워실에서 소변을 해결해야 했을 정도"라고 증언했다. 이어 "해외 시설의 경우 소변기가 기본적으로 2~3개씩 설치돼 있다. 라커룸 규모 자체도 크고 이동 복도도 넓다"며 "강릉센터는 뭐랄까 하키 전용 경기장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일반 체육관 같은 느낌"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관동하키센터 믹스트존. 폭이 좁고 길이도 짧아 국제대회 취재진을 수용하기엔 비좁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강릉=임정택 기자
강릉하키센터에서 약 6km 떨어진 관동하키센터는 더 심각하다. 라커룸이 더 좁다. 복도도 협소하다. 심지어 믹스트존도 좁다. TV존과 리포트존 분리도 못할 정도다. 통상 아이스하키 국제대회선 두 지역이 나눠져 있다. 하지만 관동하키센터는 두 지역을 나눌 만큼 넉넉하지 않다. 강릉하키센터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강릉센터도 작고 좁은 편인데 관동은 더 심하다. 다른 건 몰라도 믹스트존은 개선이 가능할텐데, 개선하지 않으면 올림픽서 큰 문제로 지적될 것"이라고 했다.


관동하키센터 기자석에 앉았을 때 시야. 경기장 절반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강릉=임정택 기자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외국 해설가. 앉았을 때 경기장이 보이지 않아 일어서서 해설을 하고 있다. 강릉=임정택 기자

관동하키센터의 인프라도 문제다. 국내외 취재진이 이용할 기자석이 잘못 설계됐다. 기자석에 앉으면 시설물에 시야가 가려 경기장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 필드 전체를 보려면 일어나서 봐야 한다. 이대로라면 올림픽에서 국내외 기자들이 노트북을 편 채 서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 테스트 이벤트 당시 관동하키센터를 찾은 외국 해설진은 경기가 보이지 않아 엉거주춤 선 채로 중계를 해야 했다.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인식은 미약하다. 시설관리 주무기관은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강원도청 올림픽운영국 빙상시설과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부터 IIHF 추천 자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했다. 모든 시설을 요구사항 대로 구축했다"며 "라커룸과 믹스트존도 마찬가지다. 단계별로 외국 전문가 자문에 따라 만들었다.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관동센터 기자석도 제일 높은 데 배치돼있다. 경기가 (물리적으로) 안 보일 수 없다"고 설명을 했다. 빙질이 다소 무르다는 선수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아이스 메이커로 잘 관리하고 있다.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제점이 조직위를 통해 공식적으로 내려오면 당연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문제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컬링 경기가 펼쳐질 예정인 강릉컬링센터는 아예 재시공에 들어갔다. 아쉽게도 대표팀 선수들이 연습에 돌입할 시점에 내려진 결정이다. 강릉컬링센터는 1999년 강릉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쇼트트랙과 피겨 대회 등을 개최하기 위해 설립된 강릉실내빙상장을 리모델링했다. 강원도청의 발주로 효창건설이 시공했고, 공사비 134억여원이 투입됐다.

국내 최초 관중석이 있는 컬링경기장이라는 대대적인 홍보 끝에 지난 2월 테스트이벤트를 겸해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단 두 달도 되지 않아 문제가 속출했다. 제빙플로어로 불리는 시멘트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당연히 얼음에도 균열이 왔다. 컬링은 섬세한 컨트롤을 통해 승부가 결정되는 종목이다. 심각한 문제였다. 세계컬링연맹은 조직위에 '올림픽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애초부터 제대로 설계를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세밀한 계산을 하지 않은 탓에 인장력과 평활도(표면상에 불규칙한 상태가 없는 정도)가 떨어졌다. 강릉컬링센터의 지하에는 똑같은 규모의 링크가 있다. 지하와 컬링장이 있는 1층 사이에는 기둥이 없다. 1층 바닥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하중을 견디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철근을 넣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장력이 부족해지며 균열이 생겼다. 냉매배관 등을 넣는 특수 상황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 평활도를 높이기 위해 중장비를 쓰는 대신 인력 기계 마감으로 하다보니 문제가 이어졌다. 빙상시설과 관계자는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경험이 없다보니 여러 가지 부분을 계산에 넣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재시공 과정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지금에라도 문제가 발견된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취재 결과 관중석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장애인 시설이 신축경기장에 비해 부족하다. 레이아웃 자체가 나오지 않아 재공사는 사실상 힘들다. 세계 곳곳에서 평창을 찾을 장애인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이는 한국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보완책 마련에 같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일단 강원도 측은 보완계획을 발표했다. 늦어도 9월 1일부터는 선수들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7월 말까지는 재시공이 마무리돼야 한다. 그래야 얼음을 얼리고 마감하는 과정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 공사 과정에서 추가 문제가 발생한다면 피해는 결국 선수들과 팬들이 보게 된다. 빙상시설과 관계자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이번 공사에는 기술 자문위 교수, 산업 전문가, 재료 전문가 등을 초빙해서 자문을 받았다. 절대 실패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기장은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보게 될 평창의 얼굴이다.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또한 팬들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평창의 의무이기도 하다. 큰 결과 차이는 결국 디테일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대회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꼼꼼히 문제점을 살피고 해결해야 한다. 현재를 흘려보내면 더이상 손을 쓸 시간이 없다.


박찬준 임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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