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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는 선수들을 위해 존재해야죠."
구단은 선수단과 프론트, 양 날개로 난다. 둘의 궁합에 팀 명운이 달렸다. 불화는 추락의 시작이다. 성공적인 공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있었다. 바로 경남이다.
경남은 '프론트 전횡'으로 많은 눈물을 쏟았던 팀이다.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2015년 안종복 대표 심판매수 혐의로 2016년 승점 10점 감점 징계를 받았다. 벌금 7000만원도 부과됐다. 안 대표는 2013~2014년 경남 재직 당시 심판 매수와 횡령 혐의로 2015년 9월 구속됐다.
시작에 불과했다. 후임 박치근 대표의 만행은 더 심각했다. 2015년 10월 당시 사령탑이던 박성화 감독에게 '비상식적' 요구를 했다. 9골을 기록중이던 외국인선수 스토야노비치가 10골을 올리게되면 보너스 5000만원이 발생하니 기용을 자제하라는 것. 명백한 월권이었다.
끝이 아니다. 박 대표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프로연맹 정관을 어기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 수임인으로 등록했다. 주민소환 청구 허위서명에 개입해 지난해 2월 구속됐다. '내홍'을 겪는 동안 경남은 곤두박질쳤다. 2014년 강등됐고, 2015년엔 챌린지 9위에 머물렀다.
그랬던 경남이 달라졌다. 지난해 3월 조기호 대표가 선임되고 나서다. 선임 당시엔 비판이 많았다. 그가 축구인이 아니었기 때문. 조 대표는 경남 진주시 부시장, 창원시 제1부시장을 역임했던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이번에도 뻔하지. 공무원 출신이 축구를 뭐 알겠어?" 세간의 냉소적 반응이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전임자들과 달랐다.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귀'를 열었다. 대표가 고개를 숙이니 구단 직원들의 직언이 쏟아졌다. 조 대표는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이를 정리해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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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축구화 끈을 맬 때 조 대표는 낡은 구두 끈을 조인다. 후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조 대표의 땀방울에 지역 사회도 마음을 열었다. 후원 금액이 늘기 시작했다. 주로 1000~2000만원 정도의 소액이지만, 급속히 냉각된 경남 지역 경제를 감안하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 조 대표는 오늘도 구단 점퍼를 걸친 채 차에 시동을 건다. "대표가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뭐해. 선수들 고생하는데 밖에서 돈 벌어와야지!"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