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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5·토트넘)은 골에 굶주린 야수 같았다. 15일(이하 한국시각) 본머스와의 홈경기. 손흥민의 골은 한마디로 '멋있었다'. 1-0으로 이기고 있던 전반 19분 해리 케인의 힐패스에 맞춰 공간으로 질풍같이 달려들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스피드였다. 그리고 반박자 빠른 슈팅을 때렸다.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골을 확인한 손흥민은 달려가며 양 손으로 '1'과 '2'을 그렸다. 리그 12호골(시즌 19호골)이었다.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케인, 델레 알리와 돌아가며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를 펼쳤다. 장내 아나운서는 "흥민! 쏜(Son)!"을 외쳤다. 3만여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손흥민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차범근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가지고 있던 아시아선수 유럽무대 한시즌 최다골인 19호골과 타이를 이뤘다. 손흥민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차 부위원장님은 19골 가운데 리그에서 17골을 넣었다. 반면 나는 리그에서 12골밖에 못 넣었다. 때문에 차 부위원장님을 따라 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도 "목표는 항상 더 높은 위치에 있다. 차 부위원장님이 대단하신 분이고, 내가 많이 배워야할 분이지만 그 분을 넘어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제 손흥민은 22일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정규리그 선두 첼시와 격돌한다. FA컵 4강 무대다. 첼시와는 좋은 기억이 있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뛰던 시절 18세의 손흥민은 프리시즌에서 첼시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현재의 손흥민을 있게 한 시작점이다. 올 시즌에도 첼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이 첼시와의 FA컵 4강전에서 골을 넣는다면 차 부위원장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손흥민은 일단 말을 아꼈다. 그는 "골보다는 팀이 결승에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 팀 스태프들이 모두 기대하고 있다. 선수 하나하나가 희생해야 한다. 정말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이트하트레인(영국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