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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축구, 요르단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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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차전 인도전에서 10대0으로 승리했다. 2차전 '최강' 북한과 1대1로 비겼다. 3차전 홍콩전에서 6대0으로 이겼다. 우즈벡을 상대로 2대1 이상으로 이기면 조1위가 확정되는 상황, 태극낭자들은 '다득점'의 부담감을 이겨내고 기어이 목표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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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2019년 프랑스월드컵을 향한 '끝장 승부'였다. 조 1위만 프랑스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내년 요르단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는 상황, 객관적 전력에서 한수위, 역대전적 1승4무12패인 북한과 평양 에서 싸워야 하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월드컵 3위,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 우승, 캐나다월드컵 16강 무대를 경험한 여자축구 에이스들은 이를 악물었다. 프랑스월드컵이 불발될 경우 '2019년까지 여자축구에 이슈도,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를 위해 아시안컵 본선행은 반드시 이뤄야할 지상과제였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아시아축구연맹(AFC)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승리할 수만 있다면 내가 여태껏 받은 모든 상과 개인적 영예를 다 내놓을 것"이라는 말로 간절함을 표현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준비했다. "이제 이길 때가 됐다"는 마법의 주문대로 평양에서 매경기 기적을 썼다. 맏언니 김정미는 키프로스컵에서 꿰맨 무릎으로 북한전에서 위정심의 페널티킥을 막아섰다. 공격수 정설빈은 빠진 어깨를 동여맨 채 고통을 참으며 달렸다.
북한보다 매경기 한골이라도 더 넣기 위해 그라운드에 몸을 날렸다. 북한이 8대0으로 이긴 인도를 10대0으로 이겼고, 북한이 5대0으로 이긴 홍콩을 6대0으로 이겼다.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한 5만 관중과의 싸움도 이겨냈다. 투혼과 절실함에서 북한을 앞섰다. 인도와의 첫경기 후 "오늘 한골한골이 마지막에 소중할 것"이라는 윤덕여 감독의 말은 기적같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17세 이하 월드컵, 20세 이하 월드컵을 잇달아 우승하고, 2010년-2014년 아시안게임을 2연패한 '아시아 최강' 북한을 누르고 여자축구의 '꽃길'을 열었다.
2017년 봄은 평양, 그리고 한국 여자축구의 투혼, 승리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윤덕여호는 12일 오후,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을 거쳐, 13일 0시 20분 KE854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