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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여자축구 남북전이 열린 평양의 김일성경기장.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김일성경기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차장은 대형버스로 꽉 찼고, 북.장구 등을 든 단체 응원단들이 끊임없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북한은 앞서 두 차례 경기를 치렀지만, 단체 응원은 없었다. '민족학연구사'란 직업을 갖고 있는 평양 시민 김대경(39)씨는 경기 시작 전 남측 취재진과 만나 "평양 시민들이 북과 남의 경기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북과 남이 이번 경기를 통해 화해 협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솔직히 우리 편(북한)이 이겼으면 좋겠다"면서도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겠다. 남측이 멋진 골을 넣어도 개인적으로는 박수를 치겠다"고 덧붙였다.
홈팀 선수들이 입장하자 관중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북을 치고 황금색 종이나팔을 입에 댄 채 "우리 선수 이겨라"라고 외쳤다. 애국가에 이어 북한 국가가 연주되자 5만 관중이 합창하는 모습은 대단했다. 국가 연주가 끝난 뒤 경기장은 황금색 종이나팔로 물들었다. 관중석에선 "단숨에~"라는 외침이 나왔다. 경기가 시작하자 관중석에서 관현악단 공연까지 했다. 파도타기 응원도 이뤄졌다. 엄청난 응원 물결이었다. 외신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응원단은 경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홈팀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환호하고, 붉은색 남측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여지없이 야유를 보냈다. "잘한다", "본때를 보여라" 등의 응원구호와 짝짝이 소리가 너무 커 경기 내내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북한이 전반 5분 페널티킥을 얻자 응원 소리는 정점으로 치달았지만, 남측 선방에 막히자 탄식하기도 했다. 경기 중간에 '조선청년행진가' '가리라 백두산으로' 등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후반 30분 장슬기가 동점골을 터뜨리자, 김일성경기장은 순간 침묵에 빠졌다. 한국 벤치의 선수단은 펄쩍펄쩍 뛰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북한 관중들은 경기가 재개되자 "무조건 이긴다"는 구호를 외쳤다. 1-1로 끝난 뒤 북한 선수들이 관중석을 돌며 인사하자 격려 박수를 치는 것을 끝으로 관중은 경기장을 바삐 빠져나갔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