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보건복지부장관상' 이상민 "(정)태욱이가 밥 샀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4-05 22:50




'그라운드 의인' 이상민(20·숭실대)이 3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아디다스 20세 이하(U-20)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와의 2차전 후반 34분, 센터백 정태욱이 공중볼 경합중 상대와 충돌한 직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의식을 잃었다. '20번' 이상민은 '대형 사고' 임을 직감했다. 번개처럼 가장 먼저 달려와 정태욱 옆에 무릎을 꿇은 그는 김덕철 주심과 함께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골든타임'을 지켜낸 이 행동 덕분에 정태욱은 목숨을 건졌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이상민은 김 주심과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과 격려금을 받았다. 아버지 이창현씨, 어머니 김근숙씨가 자랑스러운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상식에서 "이상민 선수와 김덕철 주심의 침착하면서도 기민한 응급처치는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 4분을 확보한 우수사례로 국민에게 감동과 교훈을 선사했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국제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였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수상 소감을 묻자 "축구를 잘해서 상을 받아야 되는데…" 했다. 천생 축구선수였다. "이 일이 이슈가 되서 알려지고,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시는 게 뿌듯하긴 한데, 축구를 더 잘해서 빛을 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장관님께서 요즘 국민들이 웃을 일이 없는데 축구 현장에 훌륭한 미담이 있어서 시상을 하게 됐다고, 보고를 받자마자 최대한 빨리 포상을 진행하셨다더라"고 귀띔했다. "예상치 못한 상에 놀랐다. 축구하면서 받기 힘든 상이고, 평생 한번 받을까말까 한 상인데 운이 좋은 것같다"며 웃었다.

아찔한 사고를 당한 정태욱은 경추 미세골절로 전치 6주 판정을 받았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수비의 핵'인 정태욱과 이상민을 4월 소집명단에 포함시켰다. 5월 개막하는 'U-20 월드컵' 출전에 파란불이 켜졌다.

큰 상을 받은 날 저녁, 이상민은 정태욱을 만났다. 이상민은 "태욱이가 '내 덕분에 격려금을 받았으니 반 나누자'고 하길래 '헛소리 말라고, 내가 네 목숨 살렸다'고 받아쳤다"며 웃었다.

정태욱이 '생명의 은인'에게 기꺼이 밥을 샀다. 이상민은 "당연히 태욱이가 사야죠. 저 덕분에 밥도 먹을 수 있는 건데…"라고 주장(?)했다. 스무살 절친, '수비 듀오'가 건강한 모습으로 재회했다. "뼈는 아직 안붙었다고 하는데 생갭다 괜찮아보여서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훈훈한 '투샷' 사진도 공개했다. '내 말 잘들어라. #빨리나아라 #평생 #우려먹을 거야'라는 해시태그로 생색(?)을 제대로 냈다.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을 때 이상민은 학교에서 개인 훈련중이었다. U-20 대표팀 소집명단이 발표된 후 '몸만들기'에 몰입하고 있다. U-17 대표팀부터 줄곧 주전으로 활약해온 이상민이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자세는 남다르다. 신입생이었던 지난해 허리디스크로 6개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 2월 춘계연맹전에 첫 출전한 이후 몸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 4개국 대회에 나섰다. "디스크 때문에 오랜 시간 고생했다. 복귀한 지 얼마 안돼서 컨디션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실수로 실점한 장면은 아쉽지만 그것만 빼면 쉰 기간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수비 조직력은 준비기간이 길수록 단단해진다. 월드컵 때까지 동료들, 코칭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잘 준비하겠다. 남은 기간 몸을 더 잘 만들어서 수비에서 꼭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PS. 이상민이 가장 좋아하는 수비수는 바이에른 뮌헨의 '전천후 센터백' 마츠 훔멜스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