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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섬팀' 제주의 R리그 도전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4-05 20:06



K리그의 초반 돌풍, 중심은 제주다.

3승1무로 단독 선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까지 범위를 확대해도 1승1무1패로 K리그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중이다. 장쑤 쑤닝(중국·0대1)에 당한 1패도 내용 면에서는 압도한 경기였고, 애들레이드전(호주·3대3) 1무도 다잡았던 경기를 놓친 것이다. 내용은 더 좋다. 빠르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매경기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믿고 보는 제주'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도 얻었다. 클래식, FA컵, ACL 중 하나 이상의 트로피를 노리겠다는 각오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 시작이 R리그 참가다. R리그는 K리그 23세 이하 의무출전 규정(챌린지는 22세 이하)과 발맞춰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 향상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4년만에 부활했다. 제주는 지난해 R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문제였다. 국내 유일의 섬팀 제주는 원정 한경기만 나서도 큰 비용이 발생한다. 코칭스태프와 구단 역시 R리그 참가의 중요성은 인식했지만, 돈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통 큰 결정을 내렸다. 구단 미래를 위해 R리그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는 클럽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제주라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좋은 선수들을 차근차근 기르고 있다. 또 하나, 경기력 유지를 위해서다. 제주는 올 겨울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더블스쿼드를 구축했다. 하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18명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가 시급했다. 하지만 제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연습경기를 잡는 것 조차 힘들다.

해법은 R리그 참가였다. 막상 참가하기로 했지만 여정은 쉽지 않다. R리그 출전자격은 23세 이하 국내선수는 무제한이며, 23세 이상은 외국인 포함 최대 5명에 한한다. 또 산하 유소년이나 우선지명 선수는 해당 구단의 R리그 경기 출전에 선수 수 제한이 없으며, 테스트선수도 대한축구협회 등록 23세 이하 선수를 대상으로 2명까지 가능하다. 리그 운영 취지에 따라 외국인선수 테스트는 금지한다. 제주의 선수단은 총 37명이다. 23세 이하 선수는 단 7명 뿐이다. 23세 이상 5명을 포함해도 12명이다. 지금 현재 구단 유스 6명을 포함해야 간신히 18명을 채운다. 제주는 구단 특성을 들어 23세 이상 선수를 더 추가하고 싶다는 뜻을 프로축구연맹에 전했지만 규정상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4일 서울과의 개막전에는 유스 선수 중 일부가 부상에 시달려 16명의 엔트리를 제출한 후 경기를 치렀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조용형 권한진이 몸상태를 테스트했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진성욱 김상원 이동수 등이 경기감각을 회복했다. 전술적인 실험도 병행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호승을 교체 투입하며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고, 유스팀 선수들도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홈경기는 무사히 마쳤지만 이제 원정이 남았다. 선수단 구성부터 어렵다. 일단 원정경기에서는 우선지명 선수들을 포함해 엔트리를 짤 예정이다. 예산 압박 때문에 당일치기 일정을 잡았다. 구단 직원들은 R리그까지 치르면서 일이 두배로 늘었다. 가뜩이나 프런트 수가 적은 제주다. 하지만 팀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분주하게 뛰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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