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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를 위한 변호 "훈련시간 부족" 과연 그럴까?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4-04 18:31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8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경기를 펼쳤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최종예선에서 나타난 결과와 아쉬움은 준비 과정에서 충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상대 팀들은 대부분 2~3주 준비하고 경기에 나서지만 우리는 2~3일밖에 훈련시간이 없다. 2~3일 훈련하고 경기하는 상황에서 어떨 때는 세트피스 훈련도 완벽하게 못 하고 실전에 나서는 상황도 있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3일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발표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고충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대목이다.

이 위원장이 "변명일 수도 있지만, 대표팀의 전술 준비는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됐다"고 부연한 대목에서 대표팀의 부진은 감독의 전술보다 훈련시간 부족에 의한 요인이 더 컸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훈련시간, 소집기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물음표를 달고 있다. A대표팀의 소집기간에 대한 속사정을 살펴보니 훈련시간 부족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대표팀 소집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K리그 일정과 상충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K리그 일정을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대표팀 소집에 비협조적이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행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기간 소집 규정은 친선경기의 경우 경기 시작 전 48시간 월드컵 등 FIFA 주최 대회의 지역예선전은 경기 당일을 포함한 4일 전 FIFA 주최 대회의 본선의 경우 대회의 첫 경기로부터 14일 전으로 정해져 있다.

규정보다 빨리 대표팀을 소집하는 것은 각국 협회의 재량이다. 슈틸리케호가 중국과의 6차전(3월 23일)을 치르기 위해 19일 소집한 것도 규정보다 하루 앞당긴 것이다. FIFA A매치 기간은 3월 20∼28일까지였다. 이 위원장이 언급한 2∼3주 준비하는 상대 팀은 중국이나 이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한국과의 6차전을 맞아 한국보다 나흘 빠른 16일 중국 창사에 소집했다. 중국은 이에 앞서 1월과 2월에도 소집훈련을 했다. 한국 입장에서 이런 중국이 부러울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이란 등은 체제 시스템 특성상 국가 통제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표팀 총동원령을 내릴 수 있다. 아시아권에서 A매치 소집기간을 준수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호주 정도다.

올해 한국대표팀의 소집일정은 시즌 개막 이전에 협회와 연맹이 충분한 협의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당초 중국전을 앞두고 1주일 정도 일찍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아시아챔피언리그(ACL) 일정이 겹쳐 불가능했고 그나마 하루 앞당긴 19일 소집으로 협회도 동의했다. 대신 협회는 6월 13일 카타르와의 8차전이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기에 맞춰 K리그 일정을 조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연맹은 K리그 경기를 5월 28일까지 치르고 FIFA 소집기간보다 1주일 조기 소집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연맹 관계자는 "20세 이하 FIFA 월드컵도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K리그 일정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러시아월드컵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대한 도왔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작년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을 앞두고 8일 소집해 캐나다와의 평가전(11월 11일)을 치르는 등 훈련기간을 길게 확보한 것도 FIFA의 A매치 기간에 따른 것이다. 최근 한국과 같은 일정으로 조별리그를 치른 일본의 경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정에서 19일부터 소집훈련을 시작했다. UAE까지 원정을 떠난 점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훈련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2∼3일의 짧은 훈련기간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문제다. 시스템이 다른 중국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수십년째 이어온 FIFA의 관련 규정 역시 새로운 변수가 아니다. 남을 부러워 하기 앞서 규정된 조건에서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감독의 역할 중 하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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