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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 피멍이 들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팬들은 개막 잔칫날부터 '피'를 봐야 했다. 지난 4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전반 25분 포항의 '캡틴' 황지수가 얼굴을 감싼 채 쓰러졌다. 전반 25분 울산 정재용이 높게 들어 올린 발에 코를 차였다. 그대로 부러졌다. 출혈이 낭자했다. 큰 부상임을 직감한 황지수, 괴로움에 소리를 지르며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복귀에 3개월여 걸릴 전망이다. 경기 후 정재용은 황지수에게 사과를 했다.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면도 있었다. 1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광주의 대결. 포항의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룰리냐는 광주 압박을 뚫지 못하고 공을 뺏기면서 넘어졌다. 충돌은 없었다. 정상 플레이였다. 하지만 룰리냐는 공을 잡고 앞을 바라보던 광주 수비수 박동진의 다리를 고의적으로 걷어찼다. 큰 부상을 유발시킬 정도로 위험한 플레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룰리냐 개인과 구단, 더 나아가 K리그 이미지를 훼손시키기 충분한 비신사적 행위였다.
프로축구연맹은 2017시즌 개막 전 모든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교육을 통해 동업자 정신에 위배되는 난폭 행위를 지양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개막 첫 날부터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플레이로 인한 출혈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고 '조폭 영화'에 나올 법한 폭력적 플레이로 녹색 그라운드는 검붉게 물들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는 아시아 최초 프로리그다. 아시아 최강 리그이기도 하다. 그에 맞는 '품격'도 갖춰야 한다. 치열한 경기 속에 반칙은 나올 수 밖에 없다. 모두 열정과 승부욕이 있기에 생기는 일이다. 그러나 동업자 정신이 결여된 비신사적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팬들은 품격 있는 경기를 볼 권리가 있고, 선수들은 그에 맞는 플레이를 선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