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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강원FC는 올 시즌 홈 개막전에서 망신을 당했다. 경기를 패한 것 때문이 아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활용될 스키점프대와 어우러진 안방인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의 시설과 운영에 대한 미숙이 팬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그렇다면 강원은 논란이 됐던 부분을 얼마나 개선시켰을까.
우선 불량 잔디는 100%는 아니지만 경기를 할 만한 수준까진 만들었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 나와 잔디 상태를 체크한 최순호 포항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나쁘지 않더라. 이정도면 축구하는데 무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측은 알펜시아 잔디 관리팀과 협의해 흙이 많은 부분을 보식했다. 또 수도권보다 3~4도 낮은 대관령의 날씨 탓에 3월에는 쉽게 푸른색 잔디를 볼 수 없는 부분은 착색제를 사용했다. 강원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경기가 열리기 2~3일 전 경기장 전체에 뿌렸다"고 설명했다. 경기장은 노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다. 연맹 관계자도 "선수들에게 무해한 착색제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주차시설도 일부 해결됐다. 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크로스컨트리 등이 열린 곳을 주차장으로 변경해 문을 열었다.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셈. 또 경기장 3km 전부터 '피켓맨'을 활용해 자가 차량을 이용한 팬들의 안내를 도왔다.
특히 서울, 춘천, 원주에서 경기장 앞까지 올 수 있는 셔틀 버스와 횡계, 진부 터미널에서 도착할 수 있는 셔틀 버스로 팬들의 경기장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지난주 경기 때는 양쪽 갓길 주차를 통제하지 못해 경기장 내 마련된 두 대의 순환 버스를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차에 대한 팬들의 불만을 여전했다. 이날 강릉에서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A씨(64)는 주차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주차 유도 요원의 일관되지 않은 안내 때문이었다. A씨는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점에서 경기장 안쪽 주차장을 막더라. 그래서 주차 유도 요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주차하는데 30분이 걸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원 연간 회원권 소지자 B씨(49)도 주차 시스템에 대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B씨는 "이곳 주차장이 너무 협소해 갓길에 주차를 했다"며 "대부분 강원 경기를 찾는 팬들이 강릉 출신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자가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교통편도 익숙하지 않는데 경기장 내 주차마저 어렵게 될 경우 팬들과 구단의 신뢰는 더 깨질 수밖에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출입과 좌석 안내는 여전히 미숙했다. B씨는 자신의 좌석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강원은 좌석 안내에 대한 팬들의 원성에 A4 용지에 좌석배치도를 그려넣어 편의를 도모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선수들의 라커룸은 낙제 수준이었다. 8000만원여를 들여 리모델링을 한 양팀 라커룸에는 개인 사물함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의 물품은 바닥에 널려있었다. 또 선수용 의자는 플라스틱 의자였다. 또 선수 라커룸은 3층에 마련돼 있어 전반과 경기가 끝나면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아무리 라커룸이 임시적인 공간이라고 하지만 선수들에게 최상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전광판도 교체가 요구된다. 연맹에는 전광판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러나 고가의 티켓을 사서 들어오는 팬들은 더 나은, 더 안락한, 더 멋진 시설을 즐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 관계자는 "구단에서 전광판 교체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강원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50여가지로 진단하고 있다. 일단 미숙했던 홈 경기 논란은 일부분 잦아들었다. 그러나 아직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수준 높은 축구를 원하는 팬들은 더 높은 질의 운영도 함께 원하고 있다. 고가의 티켓 정책은 팬들과의 신뢰와 연결돼 있다.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