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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신의 손'이다.
저주의 시작이었다. 포트 3와 포트 4를 추첨한 '또 다른 레전드' 파블로 아이마르는 잉글랜드를 뽑았다. 탄식에 이어 어이없다는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한장마저 아프리카 복병 기니였다.
신태용호가 최악의 조에 배정됐다. 말 그대로 '죽음의 조'다. 한국은 기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함께 A조에 속했다. 개최국인 한국은 A조 톱시드를 배정받았다. 한국은 5월 20일과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니, 아르헨티나와 1, 2차전을 치르고,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잉글랜드와 3차전을 치른다.
하지만 바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최악을 넘어 아예 죽음의 조가 됐다. FIFA랭킹 1위 아르헨티나는 명실공히 U-20 월드컵 최강자다. 6번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17년 남미 유스 챔피언십에서 4위 턱걸이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냈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FIFA랭킹 14위 잉글랜드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빅클럽에서 뛰는 대형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잉글랜드는 일찌감치 한국 전지훈련을 오는 등 이번 대회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기니는 FIFA랭킹 70위로 아프리카에서도 변방이지만, 피지컬이 좋은 아프리카팀은 전통적으로 U-20 대회에서 강했다. 어느 누구 하나 1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관만 하기는 이르다. 조편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홈 개최국은 분명 무시 못한 이점이다. 이날 조추첨을 함께한 차범근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은 "연습을 많이했는데…"라고 아쉬워 한 뒤 "조가 상당히 어렵게 됐다. 그러나 틀림없는 것은 우리 A조에 속한 다른 팀들도 홈 팀 한국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 하기 때문에 예선만 통과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 못지 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기니와의 1차전이다. 기니는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에 비해서 해볼만 한 상대다. 어린 선수들인만큼 첫 단추를 잘 꿰면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우리가 1차전에서 승리한 5번의 U-20 월드컵에서 4차례 16강에 올랐다. 기니를 잡고 마지막 잉글랜드전에서 16강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베스트 전력은 아니었지만 잉글랜드는 한국이 2016년 두차례 승리한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렇게 험난한 조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잉글랜드에 기니까지 들어오니 한 팀도 쉬워 보이는 팀이 없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팀을 잘 만들어놓으면 토너먼트에 오른 후에는 더욱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적적으로 말했다. 마라도나의 저주는 아쉽지만, 신 감독의 말대로 16강은 우리하기 나름이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