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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의 6년 연속 개막전 승리는 한 마디로 '짜릿'했다.
이동국에게 배운 '개막전 사나이' 김신욱
매 시즌 개막전에서 이 선수를 빼놓고 얘기하면 서운할 정도가 됐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28)이다. 지난 7년 사이 2015년을 제외하고 모두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순도 만점이다. 김신욱이 터뜨린 6골 중 결승골은 무려 5차례나 된다. 김신욱은 "개막전은 한 달 반 동안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다음 경기까지 이 정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매 경기 골을 넣을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이날 1-1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김신욱은 멋진 오른발 발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신욱은 "이 슈팅은 이동국 선생님께 배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개인적으로 헤딩 골을 많이 넣고 싶다. 지난 해와 다르게 이 용과 김진수라는 아시아 최고의 풀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2017년 3월 5일, 김진수(25)에게는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될 듯하다. 올 시즌 독일 호펜하임을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은 김진수는 고향인 전주에서 생애 첫 K리그를 무대를 밟았다. 특히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앞에서 골까지 넣었다. 김진수는 0-0이던 전반 39분 아크 서클에서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김진수는 "마음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나에게는 중요한 경기였다"며 "내가 태어난 전주에서 많은 팬들이 성원해 주셨다. 내가 전주에서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골까지 넣어 더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김신욱은 "진수가 훈련이 끝난 뒤에도 프리킥을 100개씩은 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골 세리머니가 길었다. 김진수는 "감독님께 먼저 가고 싶었고 관중석에는 결혼할 여자친구가 와 있었다. 또 (김)민재와 준비한 세리머니를 해야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만년 2인자' 설움 떨친 홍정남
감격의 눈물을 훔친 또 한 명의 선수도 있었다. 바로 '만년 2인자'의 설움을 떨친 골키퍼 홍정남(29)이다. 2007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홍정남은 늘 권순태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군팀 상주에서 뛰었을 때를 제외하고 전북에서 있던 7년간 출전경기가 고작 10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도 서광의 빛이 비추었다. 권순태가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떠나면서 주전 골키퍼로 도약했다. 그리고 전남과의 개막전에 투입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권순태의 이적이 결정되고 골키퍼 영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10년 이상 세컨드 골키퍼 역할을 했던 홍정남에게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홍정남은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수차례 슈퍼세이브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개막전은 홍정남의 축구인생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듯 하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