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팬들이 손가락질 하는데 통쾌하더라고요."
이창민(제주)이 밝힌 '산책 세리머니' 뒷이야기다. 이창민은 삼일절에 탄생한 스타다. 이창민은 1일 일본 오사카 스이타사커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추가시간이 백미였다. 이창민은 통렬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이후 상대 서포터스를 바라보며 유유히 걸었다. 2010년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했던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를 그대로 재연했다. 이창민은 뒤숭숭한 정국에 사이다 같은 세리머니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뒷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2일 한국으로 들어오기 직전, 이창민과 연락이 닿았다. 이창민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와이파이가 생갭다 좋지 않아서 기사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메인에 많이 걸려서 화제가 됐구나 싶더라"고 웃었다. 먼저 준비된 세리머니인지가 궁금했다. 이창민은 "원래 골넣을 생각을 잘 안한다. 내 자리가 만들어가는 위치 아닌가. 그런데 경기 당일날 눈을 떴는데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느낌이 왔다"고 했다. 그래서 세리머니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 세리머니를 생각했다. 삼일절인만큼 마음 같아서는 글귀라도 쓰고 싶었는데 정치적으로 제지되는 부분이 많지 않나. 문득 박지성 선배가 한 '산책 세리머니'가 생각났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국민들이 참 통쾌해하셨던 기억이 있었다"고 했다.
욕심을 냈다. 물론 조성환 감독의 주문도 있었다. 기회가 생기면 과감히 슈팅을 때렸다. 예감대로 골이 터졌다. 준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상대 서포터스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창민은 "내가 일본말을 모르지만 느낌상 '욕이다' 싶더라. 막 손가락질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데 통쾌했다. 짜릿했다"고 웃었다.
세리머니에 가리기는 했지만 이날 기록한 두번째 골도 대단했다. 이창민은 후반 27분 상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장거리 슈팅으로 팀의 네번째 골을 뽑아냈다.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골로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골이었다. 이창민은 "전반전을 하는데 골키퍼가 자주 나오더라. 하나는 걸리겠다 싶었다. 감독님도 과감하게 때리라는 주문을 하셨다. 공이 흐르고 고개를 들었는데 골키퍼가 나온 것이 보이더라.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골문을 향해 때렸는데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창민은 두 경기만을 치렀지만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제주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장쑤와의 첫 경기에서도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골대를 맞추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에 비해 더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받고 있다. 이창민은 "원래 앞, 뒤를 다 봤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다"며 "보다 공격적으로 뛰고 있는만큼 더 욕심을 내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민은 올 시즌 목표를 숫자로 정하지 않았다. 그는 "포인트를 정하면 경기에 방해될 것 같다. 그래서 작년보다 더 발전했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했다. 삼일절의 소중한 기억이 시즌 내내 좋은 기운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이창민은 "한 경기로 이렇게 관심을 받은적이 있나 싶다. 청신호라 생각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시즌을 잘 마치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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