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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못한 그림이다.
첫 발걸음부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010년 이후 K리그는 최소 2개팀 이상 16강에 올랐다. 2010년과 2015년에는 K리그 4개팀이 조별리그에서 전원 생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를 제패한 전북 현대와 서울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심판매수 의혹에 휘말린 전북이 ACL 출전권을 박탈당하며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이미 제기됐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축구의 거센 폭풍과 명예회복을 위한 일본 J리그의 몸부림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반성이 먼저였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참가한 4개팀이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자칫 K리그가 주도권을 잃고 중국과 일본에 끌려다니는 형국이 되면 버거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승점 1점이 긍정적이지만 경기 내용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우리가 준비했던 60% 정도밖에 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첫 경기라는 게 항상 힘들지 않나. 동계훈련 연습경기 과정에서 잘 된 점들이 많았는데 첫 경기의 부담에 각자 생각하는 플레이에 너무 집중하느라 완성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마냥 아파할 여유는 없다. 조별리그는 이제 첫 장을 넘겼을 뿐이다. 5경기가 더 남았다. 심기일전은 공통분모였다. 황 감독은 "우리의 강세를 계속해서 부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1무3패가 우연이었으면 좋겠다. 2, 3차전이 끝나야 진짜 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안 보도록 더 잘해야 한다. 우리가 돈이 없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며 분발을 다짐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1차전이다보니 그런 결과 나온 것 같다. 막상 해보니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머지 5경기에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경기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언과 함께 덕담도 있었다. 역시 최강희 전북 감독의 입이 관심이었다. 그는 ACL의 대명사다. 2006년에 이어 지난해 두 번째 ACL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 감독은 "결과로는 부진이라고 하지만 홈에서 열린 2경기는 둘 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못한 경기가 아니다"며 "하지만 ACL과 리그를 병행하는게 힘든만큼 이번 홈 패배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충분히 기회가 남아 있는만큼 잘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K리그가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1차전을 보면 유연성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너무 의욕이 앞섰다. 중국의 경우 부분적으로 강하고, 일본은 전체적으로 강하게 짜여진 것이 특징이다. 반면 K리그는 2가지를 모두 다하려고 하니 밸런스가 깨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유연성있게 대처하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쉼표는 없다. ACL 조별리그 2차전은 28일과 3월 1일 열린다. K리그의 키워드는 반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