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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서아시아 지구엔 유독 '중립경기'가 많다.
A~D조에 포함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클럽 때문이다. 사우디에선 알 타아운과 알 파티흐, 알 아흘리, 알 힐랄이 출전하고 이란에선 에스테그랄, 쿠제스탄, 조바한, 페르세폴리스가 각각 본선에 나섰다. 양국 클럽간 맞대결은 조별리그에서 홈 앤드 어웨이로 8차례 진행된다. 이 경기들은 모두 제3국인 오만과 카타르로 나뉘어 치러진다. 오만은 이란 클럽, 카타르는 사우디 클럽의 홈 경기 장소로 선택됐다. B조 소속인 쿠제스탄과 알 파티흐 간의 맞대결은 20일(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쿠제스탄의 1대0 승리로 끝났지만 경기장은 고요했다. 양팀 팬들의 함성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첨예한 양국의 갈등이 낳은 산물이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1월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7명에게 테러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집행했다. 시아파는 이란이 종주국 역할을 하는 이슬람교 분파며, 사우디는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다. 사우디 정부의 사형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 총영사관을 공격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튿날 사우디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자국 내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하면서 단교를 선언했다.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양국 외교 관계는 복원되지 않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각국 정부가 축구협회에 영향을 끼칠 경우 국제대회 출전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해왔다. 그럼에도 사우디와 이란축구협회는 단교를 이유로 ACL에서의 홈 앤드 어웨이 맞대결에 난색을 표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다급해졌다. 양국의 외교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우디, 이란 소속 클럽을 제외한 채 ACL을 치러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서아시아 최강 양국 클럽들을 빼놓고 대회를 치를 경우 ACL은 '속 빈 강정'이라는 비난 뿐만 아니라 흥행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 결국 AFC 중재 하에 사우디와 이란 양국 협회가 오만과 카타르를 중립지역으로 정했다. 지난해 열린 대회에서도 양국 클럽 간 맞대결은 제3국에서 진행된 바 있다.
ACL은 조별리그 각조 상위 2팀씩 총 16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해 홈 앤드 어웨이로 승자를 가린다. AFC는 16강과 8강, 4강을 각 지구별로 나눠 치르도록 규정했다. 사우디-이란 클럽이 토너먼트에서도 맞대결을 하면 중립경기는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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