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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아시아 최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전하다.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는 리그 2위 자격으로 ACL 출전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국내에서 불거진 심판 매수 의혹이 ACL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까지 제소했지만 허사였다. 본전도 못 찾고 명예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전북을 넘어 K리그의 아픔이다. 전북이 ACL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다. 물론 심판 매수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징계 또한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K리그의 전력 약화, 그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는 K리그 팀은 '난도질'을 당했다. 하지만 ACL의 무서운 역습은 꾀병이 아닌 현실이다. 황색을 넘어 적신호가 켜졌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 축구의 팽창은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학습효과로 무장한 채 대회에 나선다. 2013년과 2015년 ACL을 제패한 슈퍼리그의 자존심 광저우 헝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최대의 이변이었다.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출사표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는 심정으로 조별리그를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신중한 행보다.
중국 뿐 아니다. 일본 J리그도 명예회복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올 시즌 J1리그 우승 상금은 3억엔(약 30억원)이다. 중계권료와 균등 분배금은 별도다. ACL 출전팀에는 보너스와 리그 일정의 편의 등 각종 혜택도 돌아간다. K리그를 넘기 위한 배수진이다.
'ACL 16강 진출은 기본'인 K리그의 시대는 훌쩍 지나갔는지 모른다. 현실도 그렇다.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있는 팀이 많지 않다. K리그의 자존심 서울은 우라와 레즈(일본), 상하이 상강(중국), 웨스턴 시드니(호주)와 한 조에 속했다. 역대급 '죽음의 조'란 평가는 괜한 말이 아니다. 광저우 헝다를 위협하는 상하이 상강, 조직력이 탄탄한 우라와, 2014년 ACL에서 우승한 웨스턴 시드니, 어느 팀 하나도 만만히 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스카, 헐크 등이 포진한 상하이를 1차전에서 만나는 것이다. 아무래도 첫 단추에선 탐색전을 피할 수 없고, 조직력도 100%가 아니다.
수원 삼성은 서울보다 형편이 낫지만 광저우 헝다와 한 조에 속했다. 이스턴SC(홍콩)는 전력이 떨어지지만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는 호적수다. 제주도 최용수 감독의 장쑤 쑤닝, 감바 오사카(일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 등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들과 16강 진출을 위한 혈투를 치러야 한다.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브리즈번 로어(호주),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와 조별리그를 치르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상대 또한 K리그의 어떤 팀이 출전하든 얕잡아 보진 못한다. ACL은 K리그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다. 한국 축구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자존감을 버려선 안된다. 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선 상대의 철저한 전력 분석은 기본이고,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 수원, 제주, 울산, K리그의 빅4가 후회없는 도전을 펼치기 바란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