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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를 통해 ACL에 출전하거나 명예회복을 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구단 입장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하지 않겠나."
결국 잘못 꿴 단추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북은 또 한번 망신을 당했다. CAS는 3일(한국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전북의 제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전북은 지난달 18일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독립기구인 출전 관리 기구(ECB)로부터 2017년 ACL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지난해 9월 유죄 판결은 받은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스캔들 때문이었다. ACL 출전길이 막힌 전북은 CAS 제소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변론을 의뢰했다. 전북은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가 승부조작으로 이어진 증거가 부족하고,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를 받은만큼 ECB의 징계는 이중징계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CAS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CAS는 결정문에서 '전북의 포괄적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K리그에 대한 징계라 ACL 출전 문제는 이중징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고려됐다. 전북은 결국 ACL 출전이 좌절됐다.
물론 ECB의 결정이 꼼수라는 시각도 있었다. ECB는 전북의 소명자료를 받은지 이틀도 되지 않아 ACL 출전권을 박탈했다. 전북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정황을 떠나 ECB의 결정 근거는 명확했다. '심판 매수'였다. 국내 판결에서도 이미 유죄를 받은 명백한 상황이다. 전북은 '구단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주장으로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의 중징계를 피했다. 하지만 국제적 시선은 달랐다. ECB도, CAS도 모두 같았다. 개인의 일탈이든, 아니든 심판 매수는 결국 전북의 '잘못'이었다는 판단이다.
결국 전북만이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볼 수 있는 것'으로 제소라는 수단을 택한 방식부터가 틀렸다. 전북은 ACL 출전권을 박탈당한 '피해자'가 아니다. 축구의 명예를 실추시킨 '가해자'다. AFC 관계자도 "우리는 ACL의 이미지와 진실성을 지켜야 했다"고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전북은 결국 더 큰 명예를 잃고 말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