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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다.
설 연휴를 앞둔 황 감독의 목소리는 밝았다. 다만 '챔피언의 향기'는 감췄다. 아니 잊었다.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괌 훈련 성과를 먼저 물었다. "비가 많이 오더라. 처음이라 잘 몰라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예년에 비해 많이 온거라고 하더라. 하루에 한 번씩은 무조건 왔다. 그래도 훈련은 만족스러웠다. 기후도 그렇고, 먹는 것도 그렇고 선수들의 몸 만들기에는 최상이었다."
지난해 6월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의 첫 동계훈련이다. 부산과 포항 사령탑을 지낸 그는 "분위기가 달랐다. 포항의 경우 국내에서 몸을 만든 후 해외에선 실전 위주로 훈련을 했다. 하지만 서울은 더운 곳에서 몸을 만드는게 먼저였다. 괌에선 정말 체력 훈련에만 주력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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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는 남았다. 아시아 쿼터를 포함, 외국인 선수 두 자리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황 감독은 "K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뽑으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확신이 안 서더라. 덜컥 계약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돌이킬 수도 없다. 일단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살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2017시즌 K리그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황 감독도 '적'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 시즌 전망을 묻자 여전히 전북 현대를 첫 손에 꼽았다. 그는 "올 해도 전북이 변함없는 '1강'이다. K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약해졌고, 수원이나, 울산, 제주가 많이 보강됐다. 중위권 팀들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폭풍영입'의 강원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좋은 분위기로 초반을 가져갈 수 있지만 결국은 단발이 아니고 지속성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대팀들은 올 시즌에도 서울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바라보고 있다. '지나친 겸손이냐 아니면 엄살이냐'고 재차 묻자 "아드리아노가 터트린 골이 몇 골이냐,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숙제다. 우린 1강이 되지 않는다"며 다시 웃었다.
서울은 올 시즌도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 등 3개 대회를 동시 소화해야 한다. 가장 탐내는 대회는 역시 ACL이다. 황 감독은 새해 소망에 대해 "역시 ACL이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고민이 많아진다. 대놓고 목표를 우승이라고 말하기도 그렇다. 해볼 때까지는 해 볼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홍콩에서 올 시즌의 '진짜 서울'이 조각된다. 구정컵 후에는 홍콩에서 곧바로 일본 가고시마로 향한다. "연습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조직력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키다. 조직적인 부분에선 지난 시즌과 비교해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것이다. 하지만 기본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설 연휴가 시작된다. 황 감독과 선수들은 달콤한 연휴를 보낼 수 없다. 새 시즌의 꿈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을 향한 명절 인사는 잊지 않았다. "서울을 믿어주시고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가족들과 함께 설 명절을 잘 보내셨으면 좋겠다."
서울은 정유년 '위대한 도전'을 기치로 내걸었다. 황 감독은 고민 또 고민 중이지만 염화미소 속에서 2017년에 거는 새로운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