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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유럽리거가 탄생한다.
두 구단 간 큰 틀에서 합의는 끝났고, 위약금 처리 방식 등 부차적인 세부 조항을 다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디종 측은 구두상으로 이적료 100만유로(약 12억5000만원)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하자 12일 밤 공식 오퍼를 통해 이적료를 120만유로(약 15억원)로 올렸다.
수원 구단은 공식적인 협상을 통해 권창훈의 이적을 허락하기로 했다. 이적료 120만유로, 계약기간 3년 6개월의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을 위해 수원의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빠져 국내 남아있던 권창훈은 그토록 갈망하던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
한국축구에선 2014년 12월 황희찬의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진출 이후 2년 만의 유럽파 탄생이다. 수원으로서는 유스팀 출신 1호 유럽파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유럽 진출. 그만큼 비하인드 스토리가 적지 않다. 우선 권창훈의 평가가치(이적료)가 당초보다 크게 낮아졌다.
권창훈의 유럽 진출설이 제기된 것은 1년 전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적극적인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잘츠부르크가 제시한 조건이 수용하기 힘든 정도였다.
수원 구단이 내정한 이적료 하한선은 물론, 권창훈 측도 선뜻 내키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올림픽 무대를 통해 권창훈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군 복무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권창훈은 부상 등으로 인해 리우올림픽에서 이전만 못했고 동메달 이상 획득을 통한 병역혜택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권창훈에 대한 평가가 무조건 하락된 것만은 아니다. 그의 이적료를 높게 쳐주는 곳이 있었다. 중동과 중국 리그다. 올림픽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카타르, 중국의 일부 클럽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이들 구단이 제시한 이적료도 30억원 이상으로 수원 구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수원 구단으로 오퍼가 들어가기 전에 권창훈이 먼저 단호하게 거절했다. "군 입대 전에 유럽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게 유일한 소망이었다.
당시 구단은 권창훈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명색이 수원 구단이 30억원 받고 너를 중국으로 팔았다고 하면 팬들의 비난을 차치하더라도 한국축구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나, 금전적으로 훨씬 좋은 조건을 뿌리치면서까지 소신을 지켜줘서 고맙다."
이후 2016년 시즌이 끝나고 소문만 무성했지 유럽에서 공식 제안은 없었다. 수원은 계약기간 1년 남은 권창훈과의 3년 재계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름 이적시장이나 2017년 시즌 이후 이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연기만 피우던 디종이 공식 오퍼를 냈고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이런 협상에서 이적료를 올려받기 위해 시간을 갖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게 관례지만 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원 입장에서 급할 게 없고 디종이 제시한 이적료도 수원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데도 말이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권창훈은 수원에서 키우고 발굴한 스타다. 그런 선수가 간절히 원해서 첫 유럽 진출을 한다는 데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삼성그룹과 제일기획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선수 이적협상에서 돈 문제로 '밀당'을 한다는 인상을 주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스포츠계의 관측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