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최약체' 서울대 축구부에 환호성이 터졌다.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27년 만의 K리거 탄생. 주인공은 최근 챌린지(2부리그) 성남 입단테스트를 통과한 윙어 이건엽(22)이다. 이건엽은 지난달 15일부터 5일까지 총 271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성남 입단테스트에서 이승현(홍익대) 황 원(동아대)과 함께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무려 90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서울대 출신으로 K리그 무대를 밟은 것은 황보관(1988년), 양익전(1989년) 이후 이건엽이 3번째다.
그는 준비된 K리거다. 전북 현대 12세 이하(U-12) 육성반에서 처음으로 축구를 접한 이건엽은 전주삼천남초 축구부에서 본격적으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 이후 광희중을 거쳐 축구 명문으로 꼽히는 보인고로 진학하면서 성장을 거듭했고, 2012년 체육특기자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운동 뿐 아니라 높은 학업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서울대 체육특기자전형 입시 특성을 감안하면 합격은 '공부하는 선수'의 길을 꾸준히 걸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물이다. 이건엽은 "부모님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부를 포기하면 안된다'고 강조하셨다"며 "매일 수업을 7교시까지 빠짐없이 들었다. 다른 학생보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주어진 시간 동안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출신. 이목을 끌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그 뿐이다. 이젠 냉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1m76의 이건엽은 올 시즌 대학축구 U리그에서 4골을 기록했다. 왼쪽 윙어가 주 포지션이지만 섀도 스트라이커 등 중앙과 측면에서의 2선 공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데다 킥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학과 프로의 차이는 엄연하다. 대학 무대에서의 기량과 기록을 냉정히 평가하면 이건엽은 '미완성의 선수'다.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챌린지서 처음으로 새 시즌을 맞는 성남은 박경훈 감독 체제로 변신했다. 박 감독은 탄탄한 측면 플레이를 앞세워 제주 부임 첫 해였던 2010년 K리그 준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입단테스트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건엽이지만 박 감독의 눈높이에 걸맞는 모습을 보일 지는 미지수다. 김동희 문창현 유창현 등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배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곧 보강될 외국인 선수까지 고려하면 이건엽이 벤치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학창 시절을 능가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불가능은 없다. '서울대 K리거 1세대'였던 선배 황보관이 이미 증명한 길이다. 유공(현 제주) 입단 첫해 신인상을 거머쥔 황보관은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본선에서 스페인 골문을 흔든 '대포알슛'으로 정점을 찍었다. 열정과 노력으로 프로의 꿈을 달성한 이건엽.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황보관 선배가 걸었던 길이 결코 꿈만은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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