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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축구에도 비디오 판독 시대가 열린다.
연맹은 금명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비디오 레프리 도입을 신청할 계획이다. K리그와 함께 카타르 등 일부 아시아 리그도 이 제도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오 레프리 도입으로 한국 프로축구는 앞으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이 제도의 취지는 축구계의 고질병인 판정 시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먼저 '돈'의 문제다.
센터형(모든 경기 영상을 중앙 컨트롤타워에서 통제), 설치형(개별 경기장 비디오 판독실), 이동형(방송통신 장비를 갖춘 차량 이용) 등 3가지 운영 패턴 가운데 가장 하위 단계인 이동형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비디오 판독을 전담할 레프리(부심) 인력이 필요하다. 연맹이 내년 시범 도입을 위해 책정한 예산 10억원 가량이다.
관련 예산은 내년 1월 중순 열리는 정기 이사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사회 심의 과정에서 매년 중점 추진사업 순위에 포함돼 관련 예산이 통과될지 아직 미지수다. 연맹 재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맹은 지난 2015년 수입 243억9664만원, 지출 236억7468만원의 경영실적을 보였다. 2016년의 경영 목표는 수입 241억4322만원, 지출 232억6239만원이었다. 전반적인 불경기로 인해 수입과 지출이 자꾸 감소하는 추세다. 비디오 레프리의 시범 시행 성공 이후 투입될 예산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도 고민이다.
예산보다 시급한 과제는 제도 시행에 대한 축구판의 인식이다. 연맹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취지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구성원들이 포용하지 못하고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면 하지 않은 것만 못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K리그 각 구단 대표자 회의에서 비디오 레프리 도입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문제는 제도가 시행되는 현장에서의 반응이다. 비디오 레프리 제도는 적용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골, 페널티킥, 퇴장 등 경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한해 주심과 부심, 비디오레프리가 무선 통신을 통해 판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프로야구, 프로농구와 달리 벤치에서의 요청권이 없는 것이다.
이는 심판의 영역을 최대한 존중하고 경기 흐름이 지나치게 중단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K리그 문화가 보여 준 실상을 떠올리면 축구팬들이 비디오 판독 관련 판정을 두고 또다른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축구계의 우려다. 현장의 감독, 코치들도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들어 벤치 요청권을 제한한 것에 대한 불만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또다른 문제를 야기해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만 커지는 것이다.
연맹은 "제도 시범도입이 확정되면 각 구단을 상대로 충분히 설명하겠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