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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세계는 치열한 전쟁터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올라도, 거친 몸싸움에 상처가 나도 의식조차 못한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울컥한 MVP… '캡틴' 염기훈의 환희
수원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캡틴' 염기훈(33)은 울컥했다.
'전통의 명가' 수원은 올 시즌 그룹B로 내려앉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라이벌 서울과 격돌한 FA컵 결승에서 혈투 끝에 정상 등극에 성공, 해피엔딩을 장식했다.
대회 MVP로 선정된 염기훈은 "우리 팀이 2010년 우승할 때 MVP를 받았다"며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시간을 깨고 우리팀이 우승했다. MVP까지 받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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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 더욱 아쉬운 'PK 신' 유상훈의 눈물
FC서울의 수문장 유상훈은 아쉬움의 눈물을 훔쳤다.
유상훈은 9-9로 팽팽하던 상황에서 서울의 마지막 키커로 골대 앞에 섰다. 하지만 그의 발을 떠난 공은 허공을 맴돌았다. 게다가 'PK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페널티킥에서 놀라운 선방쇼를 보여줬던 유상훈은 수원의 마지막 키커 양현모에게 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내줬다. 유상훈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팬들은 "유상훈"을 연호하며 위로했지만,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사실 이날 경기는 유상훈에게 특별했다. 유상훈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군에 간다. 고별전이었다.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싶었던 만큼 아쉬운 눈물의 농도는 더욱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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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0-1로 밀리던 후반 30분. 아드리아노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추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가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아드리아노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7골,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13골을 몰아치며 팀을 이끌었다. FA컵에서도 종전까지 4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공격에 앞장섰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 하나를 보탠 아드리아노는 올 시즌에만 35골을 기록, 2003년 김도훈이 작성한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뛰어넘었다.
특히 대회 득점왕에 오른 아드리아노는 경기 종료 후 'VAMOS VAMOS CHAPECO'(VAMOS : '가자'라는 뜻으로서 응원의 의미로 많이 사용)가 적힌 옷을 입고 시상대에 올라 고국 브라질에서 발생한 '샤페코엔지의 비극'을 추모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