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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은 최효진은 K리그에서만 337경기를 뛴 소위 '베테랑'이다. 2005년 프로 입문 뒤 단 한 시즌도 쉬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 '성실맨'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효진에게 축구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2016시즌 생애 처음으로 단 '주장 완장'은 그에게 더욱 많은 숙제를 남겼다.
최효진은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한 편의 영화를 찍은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이 캄캄한 상황. 최효진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저 제 자리를 지키는 것. 다른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캡틴' 최효진은 훈련 때나 경기 때나 묵묵히 그라운드를 지켰다. 선배의 솔선수범에 후배들도 제 자리를 충실하게 지켰다.
인내의 열매는 달콤했다. 기적적인 반전이 벌어졌다. 전남은 7월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전남의 유니폼을 입은 새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물론, 어린 선수들도 팀에 적응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분위기를 탄 전남은 2013년 스플릿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그룹A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노상래 감독은 "최효진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효진은 "선수 생활을 오래 했지만, 올 시즌에는 유독 많은 것을 배웠다"며 "선수들의 마음을 잘 다독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인지 알게됐다"고 말했다.
값진 2016시즌을 마친 최효진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부터 지도자자격증 수업에 들어간다. 그는 "나는 아직도 배우고 경험하는 중"이라며 "하나라도 더 배워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찬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