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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이 불쑥 찾아온 이별은 너무나 아팠다.
희생자 중 특히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샤페코엔지의 스트라이커 아우베스. 그에게는 소중한 꿈이 있었다. '아빠'가 되는 꿈이었다. 아우베스는 일주일 전 동료로부터 아내가 쓴 편지를 전해 받았다. 천천히 읽어가던 아우베스의 얼굴에는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내의 임신 소식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1년만에 얻은 소중한 생명. 하지만 딱 1주일간의 꿈이었다. 아빠가 된다는 환희와 설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땅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아우베스의 아내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늘 아빠가 되기를 바랐다. 기쁨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막힌 엇갈림도 있었다. 아빠와 아들의 생사 운명이 여권 하나로 갈렸다. 샤페코엔지의 한 코치 아들인 마테우스는 아빠와 함께 결승이 열리는 메데인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출발 직전 여권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됐다. 결국 마테우스는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했다. 부자가 한꺼번에 참변을 당하는 최악의 비극은 피했지만 아빠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던 아빠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 될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홀로 남은 마테우스의 눈에는 흐르지 못한 눈물이, 가슴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화석처럼 새겨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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