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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갈린 아빠와 아들… 가슴 아픈 '샤페코엔지의 이별'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6-11-30 18:31


ⓒAFPBBNews = News1

예고없이 불쑥 찾아온 이별은 너무나 아팠다.

11월 29일(한국시각) 볼리비아의 산타크루스 비루비루 국제공항. 브라질 프로축구 클럽 샤페코엔지 선수단이 2016년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전이 열리는 콜롬비아 메데인으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승을 향한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 하지만 농담과 수다, 환한 미소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챔피언' 꿈을 실은 비행기는 출발 4시간여 만에 라우니온의 산악지대에서 조각 조각 ?겨진 채 발견됐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 추락사고. 탑승객 77명 중 단 6명만이 목숨을 건지는 안타까운 참사 속에 샤페코엔지 선수들의 소중한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희생자 중 특히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샤페코엔지의 스트라이커 아우베스. 그에게는 소중한 꿈이 있었다. '아빠'가 되는 꿈이었다. 아우베스는 일주일 전 동료로부터 아내가 쓴 편지를 전해 받았다. 천천히 읽어가던 아우베스의 얼굴에는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내의 임신 소식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1년만에 얻은 소중한 생명. 하지만 딱 1주일간의 꿈이었다. 아빠가 된다는 환희와 설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땅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아우베스의 아내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늘 아빠가 되기를 바랐다. 기쁨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막힌 엇갈림도 있었다. 아빠와 아들의 생사 운명이 여권 하나로 갈렸다. 샤페코엔지의 한 코치 아들인 마테우스는 아빠와 함께 결승이 열리는 메데인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출발 직전 여권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됐다. 결국 마테우스는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했다. 부자가 한꺼번에 참변을 당하는 최악의 비극은 피했지만 아빠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던 아빠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 될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홀로 남은 마테우스의 눈에는 흐르지 못한 눈물이, 가슴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화석처럼 새겨졌다.

슬픔, 비통. 그 어떠한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샤페코엔지의 비극.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과 안타까운 눈물만이 희생자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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