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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복귀에 실패한 부산 아이파크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변화였다. 올 시즌 기업 구단 최초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돼 클래식으로의 복귀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책임론이 대두됐고 자성의 바람을 몰고 왔다.
대표와 감독의 퇴진에 이어 프로 출신 프런트 성공신화였던 한정국 전력강화실장(45)이 정들었던 부산을 떠난다. 한 실장은 최근 올 시즌 부산이 클래식 복귀에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구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쿨'하게 물러나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올 시즌의 부산의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해 전력강화실장으로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면서 "11년간 헌신했던 고향팀 구단을 떠나는 게 아쉽지만 좋은 성적으로 부산팬들께 보답하지 못한 점이 더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선수출신 프런트 중 성공 사례로 꼽힌다. 부산상고(현 개성고)-한양대를 졸업하고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표팀 미드필더로 활약한 그는 1994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성남 일화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현역 시절 한 실장은 당대 대표적인 '꽃미남' 선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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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과 전남(1999~2000년)을 거쳐 대전(2001~2004년)에서 은퇴한 그는 부산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현역 시절 부산 구단과 인연이 없었지만 2006년 구단 프런트(지역공헌팀장)로 변신하며 고향으로 돌아왔다. 보통 선수들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선호하지만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도 구단 행정에 도전한 것부터 이색적이었다. 선수 출신이라 선수단과 사무국의 연결고리 역할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덕분에 전력강화팀장(2007년)을 거쳐 2009년에는 사무국장까지 승진했다. 프로선수 출신 최초의 사무국장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전까지 모기업에서 사무국장을 파견했던 현대산업개발이 구단 내부에서 키운 선수 출신을 발탁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 은퇴한 프로 선수가 구단 프런트에서 중책을 맡은 경우는 한 실장이 유일하다.
2013년 구단 조직개편에 따라 전력강화실장으로 보직을 옮긴 그는 김창수 한상운 박희도 박종우 이범영 임상협 주세종 등 우수한 선수를 영입해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적 부진이란 현실 앞에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간 기회를 주신 부산 구단에 감사한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는 한 실장은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난 영원한 축구인이라서…"라며 향후 행보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한 실장에 이어 최영준 전 감독을 보좌했던 김희호 수석코치, 김용호 코치, 이충호 GK코치 등 코치진도 대거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인적 쇄신 소용돌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