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버쿠젠(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토트넘)이 코너킥을 하러 갔다. 야유가 빗발쳤다. 이물질들도 날아들었다. "Geh raus!(꺼져라!)"라는 욕설도 들렸다.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그래도 손흥민은 꿋꿋했다. 경기 중 세 차례나 위치를 이동했다. 말그대로 고군분투였다.
레버쿠젠도 절실했다. 승리해야만 했다. 손흥민 막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라스 벤더를 측면 수비수로 내세웠다. 손흥민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초반 손흥민을 오른쪽에 배치했다. 키에런 트리피어와 호흡을 맞췄다. 전반 10분 손흥민은 기회를 잡았다.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아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렸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빈센트 얀센에게 패스했다. 그렇게 골을 만들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부심이 기를 올렸다. 오프사이드였다.
13분 손흥민은 왼쪽으로 위치를 바꾸었다.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레버쿠젠의 오른쪽 풀백 라르스 벤더가 뒤로 내려갔다 손흥민과의 스피드 경쟁에 자신이 없었다. 전체적인 라인이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이를 노렸다.
손흥민이 빛나자 레버쿠젠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레버쿠젠의 팬들이 움직였다.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까지 레버쿠젠 팬들은 조용했다. 손흥민이 볼을 잡아도 야유가 살짝 나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레버쿠젠이 위기에 몰렸다. 그 원흉이 손흥민이었다. 레버쿠젠 팬들은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야유하기 시작했다. 전반 40분이 압권이었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러 갔다. 레버쿠젠 서포터 바로 앞이었다. 서포터들은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이물질도 던졌다. 그래도 손흥민은 이를 막물고 뛰었다.
후반 19분 손흥민은 최전방으로 이동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얀센을 빼고 무사 뎀벨레를 투입했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향했다. 몸을 부대끼기 시작했다. 어려움이 컸다. 레버쿠젠의 조나단 타-외메르 토프락 라인은 견고했다. 몸싸움이 좋은 얀센도 뚫어내지 못했다. 손흥민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스피드를 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최전방, 측면을 가리지않고 활동량을 늘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손흥민은 교체아웃됐다. 89분을 뛰었다. 손흥민은 고개를 숙였다. 비가 오는 와중에 체력을 모두 소진했다. 결과가 아쉬웠다. 레버쿠젠 팬들은 나가는 손흥민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래도 손흥민은 예의를 잊지 않았다.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예의를 표했다.
손흥민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90분이었다.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