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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했다.
하지만 돌연 감독을 바꿨다. 의아한 발표. 이유는 성적 문제가 아니었다. P급 라이센스 때문이었다.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제주가 전북과 클래식 34라운드 원정길에 나섰다. 파란을 일으켰다. 절대 1강 전북의 무패행진을 깨뜨렸다. 제주가 3대2로 승리했다. 선수들은 환호했고 김 감독도 엄지를 세우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짚을 건 짚고 넘어 가야 한다. 그간 제주는 'ACL 진출'을 지상 과제로 삼았다. "올해는 꼭 ACL에 가겠다." 시즌 전 조 전 감독의 다짐이었다. 지난해에도 2년, 3년 전도 같은 모습이었다. ACL은 제주의 숙원이었다.
부단한 노력도 기울였다. 제주는 K리그 클래식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팀이다. 정교한 패스를 통한 공격 축구다. 그에 따른 선수 보강도 착실히 했다. 때문에 수년간 ACL 진출이 좌절됐음에도 제주의 축구는 존중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땀방울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신뢰가 무너지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구장창 ACL 진출을 외쳤던 제주. 정작 중요한 자격요건을 놓치고 있었다는 게 이번 일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구단에 강조를 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구단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뼈 아픈 말이다.
신뢰는 모래성과 같다. 쌓을 때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한번의 파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과연 현 상황에서 그간 제주의 ACL 진출을 향한 염원과 다짐을 진실로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바지 감독'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제주에 꼬리표 처럼 달리고 말았다. 전북전 승리를 통해 리그 8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ACL 진출 꿈을 키우고 있는 제주. 그러나 동시에 처절한 자기반성도 필요한 시점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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