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 5일이 지났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날이다. 슈틸리케호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벌였다. 1-2로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반에 지동원 손흥민의 골이 터지면서 3-2로 뒤집었다. 수비수 홍정호가 경고 두장으로 퇴장을 당해 30여분 간 10대11로 싸웠다. 예상 밖의 힘겨운 혈투. 결국 3대2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대표팀은 편히 다리를 뻗지 못했다. 이란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위해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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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을 지치게 한 피곤한 하루였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16시간의 비행 끝에 이란 테헤란에 도착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사고가 터졌다. 대표팀을 숙소까지 태울 버스가 공항에 오던 중 기둥을 받아 유리창이 깨졌다. 다행이 선수들이 타기 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는 끝이 아니다. 짐도 실종됐다. 이용수 기술위원장, 카를로스 코치, 한국영의 위탁수화물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장거리 비행으로 지친 대표팀의 피로도가 더욱 가중됐던 하루였다.
대표팀은 테헤란의 에스테그랄 호텔에 짐을 풀었다. 잠시 휴식 후 숙소 5km 부근에 위치한 아라랏스타디움에서 회복 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표팀을 피곤하게 하는 요소가 또 있었다. 상상 이상의 교통체증이었다. 훈련장까지 5km를 가는데 무려 1시간이 걸렸다. 경기장 상태도 기준 미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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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란의 텃세는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겪을 때마다 새롭다. 이란축구협회는 당도 10일 오전 이란대표팀 훈련을 한국에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9일 돌연 취소했다.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경기장이 바뀌었다는 게 이유다. 대한축구협회가 장소를 물었다. 그러자 모르쇠로 일관했다. 동시에 10일 오후 12시30분 예정이던 한국 공식기자회견 시간을 변경해 달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요청도 거절했다. A대표팀은 계획된 시간은 점심시간이라 선수들이 식사를 해야 하기에 시간을 조율해 달라고 했다. 이란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슈틸리케호는 테헤란 서쪽 40km 부근 꼬드스시의 샤흐레꼬드스스타디움에서 두 번째 훈련을 했다. 훈련 종료 후 꼬드스시와 경기장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와 슈틸리케호를 환영했다. 기념품까지 준비했다. 이란협회 텃세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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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올림픽아카데미 호텔에서 최종예선 4차전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슈틸리케 감독만 자리했다. 이란협회가 A대표팀의 시간 조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한국측에서도 선수를 보내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던 인터뷰. 물이 흐려졌다. 이란 취재진들은 이란 입국시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것 부터 꼬드스시에서 기념사진 촬영 중 파이팅을 외진 일 그리고 구자철의 최근 독일 빌트지 인터뷰 내용을 물고 늘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분하게 대처했다.
이어진 이란 공식기자회견은 아수라장이었다. 이란 취재진들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했던 질문을 그대로 이란 선수단에 옮기며 '과격한' 답변을 유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비롯, 아쉬칸 데자가, 레자 구차네자드는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A대표팀은 결전지인 아자디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끝으로 이란전 현지 준비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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