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의 이창민(22)이 새로운 승리의 초대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1일 송진형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알 샤르자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제주팬들의 근심이 깊어졌다. 당시 상하위 스플릿 구분까지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8위 광주(승점 41)와의 격차가 단 2점에 불과했고 올 시즌 7골-4도움을 기록한 키플레이어 송진형의 공백은 두드러졌기 때문.
하지만 송진형의 이적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계기가 됐다. 바로 이창민의 비상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9월 25일 상주 원정을 앞두고 송진형의 대체자로 이창민을 낙점했다. 공수 안정에 무게를 뒀던 기존 플레이와 달리 보다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한 이창민 시프트였다. 정교한 패싱력과 탈압박 능력을 갖춘 이창민은 상주전에서 제주 입단 후 첫 도움을 기록하며 5대1 완승을 이끌었다. 부경고 1학년까지 풀백으로 활약했던 이창민은 지치지 않는 체력과 풍부한 활동량까지 선보이며 상주의 중원을 완벽하게 붕괴시켰다.
2일 전남 원정(2대0 승)은 이창민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한판이었다. 무리한 공격 전개 대신 수비 안정을 꾀하며 전남의 빈틈을 노렸던 조 감독은 후반 29분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김재성을 교체 투입하며 이창민을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승부수는 주효했다. 이창민은 후반 32분 백동규의 전진 패스를 받아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전남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이호승 골키퍼가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작품이었다. 제주 데뷔골을 터트린 이창민은 2분 뒤 완델손의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하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2도움). 제주는 물오른 이창민의 활약에 힘입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이 주어지는 리그 3위를 확보하며 상위 스플릿 무대에 진출했다. 조 감독은 "기대했던 선수가 잘 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올림픽을 다녀오면서 더욱 좋아졌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이창민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다.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된 그는 "아직 부족하다. (송)진형이 형이 정말 뛰어난 선수였기에 지금 활약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상위 스플릿에서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