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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감독.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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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고 말고 없었어요. 다른 팀도 아니고 내 '축구의 고향' 포항인데."
최순호 감독이 포항으로 돌아왔다. 포항은 26일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스포츠조선 26일 단독보도> 12년만의 친정 복귀다. 2004년 포항을 K리그 준우승으로 이끈 후 팀을 떠난 최 감독은 강원 초대감독, 서울 미래기획단 초대 단장을 거쳐 최근에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을 수행했다. 늘 현장에 대해 갈망하던 최 감독은 '친정' 포항을 통해 다시금 K리그로 돌아왔다. 최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정확한 제의는 25일 오후에 받았다. 고민하고 말고도 없었다. 다른 팀 같으면 거절했겠지만 포항은 다르다. 다른 얘기 할 것 없이 맡겠다"고 했다.
포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위스플릿행이 사실상 확정됐다. 강등권인 11위 인천(승점 32)과의 승점차는 6점에 불과하다. 새롭게 판을 짤 여유가 없다. 경험이 풍부하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필요했다. 24일 최진철 감독이 자진사퇴한 후 단 2일만에 최순호 감독을 선임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최 감독은 명실상부 포항의 레전드다. 1980년 포항제철 축구단에 입단한 최 감독은 포항에서 선수, 코치, 감독을 모두 역임했다. 현재 K리그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포항 유스시스템 구축에도 크게 기여했다. 포항의 관계자는 "시간이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팀을 정상화 시켜줄 인물을 찾았다. 적응이 필요없고 경험이 많은 최 감독이 적임자였다"고 했다. 포항은 최 감독 뿐만 아니라 10년간 포항에서 뛴 또 다른 레전드 김기동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수석코치로 내정하며 위기 진화에 나섰다.
최 감독은 위기탈출을 위한 카드로 자신감 회복을 꼽았다. 그는 "포항의 경기는 챙겨봤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모습이었다. 분위기가 안좋다보니 실수가 나온다. 남은 6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데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팀이 자리잡으면 조금씩 자신의 축구를 주입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물론 6경기 후의 일이 되겠지만 내가 오래전부터 패싱게임을 추구했다. 황선홍 감독 시절의 축구가 내가 항상 강조했던 축구다. 여기에 최근 강조되고 있는 템포를 더할 생각이다. 템포를 빠르게 하면서 상대를 무너뜨리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 감독의 복귀 후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팬들은 최 감독이 오랜기간 현장을 떠났던 것, 그리고 세대교체의 흐름과 역행되는 나이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평생 해온 축구다. 늘 축구장에서 경기를 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축구를 하는지 항상 일선 지도자와 대화를 나눴다. 오히려 뒤에서 경기를 보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더 신선한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내가 최근까지 했던 것이 유소년 업무다. 서울과 협회에서 꾸준히 유, 청소년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감수성을 배웠다. 포항의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웃었다.
최 감독은 젊어지는 K리그 감독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위적으로 연령대를 맞출 수는 없지만 너무 빨리 젊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젊은 나이부터 좋은 감독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돌이켜보니 감독을 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는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이 아닌가 싶다. 경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자로, 행정가로 돌고 돌아온 최 감독은 포항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그는 "포항의 축구철학을 정리하는 계기를 삼고 싶다. 유소년 축구도 내가 있을때만 하더라도 껍데기 밖에 없었다. 이제 그 내용도 더하고 싶다. 포항이 중심이 되서 K리그도 다시 한번 들썩이는 판으로 만들고 싶다"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활을 걸겠다. 여태까지 경험 했던 모든 것을 '축구의 고향' 포항에서 쏟아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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