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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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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퇴장이다.
성남FC의 김학범 감독이 자진사퇴 했다. 성남은 12일 김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9월 두 번이나 감독이 떠난 성남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이다.
김 감독과 성남의 파열음은 올 초부터 감지됐다. 선수 보강 문제를 둘러싸고 김 감독과 프런트가 정면충돌 했다.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계기로 투자 확대에 대한 소문이 돌았고, 실제 예산도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정작 선수단 연봉총액으로 배정된 금액엔 큰 차이가 없었다. 외국인 선수 티아고가 지난 7월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한 뒤 얻은 수익이 선수 보강에 쓰이지 않으면서 또다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당시 성남은 지도자의 선수 구타, 선수들의 항명 등이 이어지는 소위 '막장' 상태였다. 하지만 김 감독 부임 후 불과 2개월 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듬해 ACL 16강에 진출, 스플릿 그룹A 진입 등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면서 환골탈태했다.
성남 구단 측은 '개막부터 5월까지 6승 3무 3패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던 성남은 6월부터 8월까지 16경기 중 4승(4승 5무 7패)만을 거두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며 '특히 최근 3연패를 당하는 등 리그 성적이 7위까지 떨어지면서 팀 분위기 쇄신이 절실히 요구됐다'고 김 감독과의 결별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팬은 성남이 수원 삼성과의 29라운드에서 패하자 탄천종합운동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펼쳤고 김 감독이 직접 나서 반전을 다짐하기도 했다.
7위 성남(승점 38)과 3위 울산 현대(승점 42) 간의 승점차는 불과 4점이다. 남은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성적부진'을 김 감독 사퇴 명분으로 삼기엔 한참 부족해 보인다. 김두현의 기량저하와 티아고 이적, 윤영선 군입대, 황의조 사생활 논란 등 악재가 거듭됐던 성남의 최근 상황을 돌아보면 감독 교체라는 극단적 반전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이석훈 성남 대표이사는 김 감독 사퇴 발표가 나간 뒤 전화기를 꺼놓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이정민 선수운영팀장 등 주요 관계자들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성남은 산하 유스팀을 이끌던 구상범 변성환 남궁도 감독을 대행으로 선임해 남은 시즌을 마무리 한다고 밝혔다. 2년 만에 또다시 '난파선' 신세로 전락한 성남이 과연 제대로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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