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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걸음부터 경고음이 요란하다.
시리아의 우세를 전망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무승부도 이변이었다. 슈틸리케호가 그 덫에 걸렸다. 득점없이 비겼다. 그라운드에서는 한숨이 진동했다. 승점 4점(1승1무·골득실 +1)의 한국은 A조 3위로 내몰렸다. 2전 전승의 우즈베키스탄이 1위(승점 6), 한국에 골득실에서 앞선 이란(승점 4·1승1무·골득실 +2)이 2위에 올랐다.
탈도 많고, 말도 많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후 "우리의 잘못도 크다"고 했지만 '침대축구'를 이야기했다. "상대의 극단적인 '침대축구'에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핑계없는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다. 딱 그 꼴이다. 시리아의 '침대축구'는 충분히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침대축구'도 축구다. 하루, 이틀 경험한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 시리아 골키퍼 이브라힘 알메흐가 교묘한 '침대축구'를 하든, 말든 실력으로, 전술로 뛰어 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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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에게 매 순간은 선택이다. 명성, 감, 객관적인 데이터 등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가장 쉬운 선택은 역시 명성이다. 믿고 맡기면 된다. 하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은 천차만별이다. 감은 위험부담이 있지만 맞아떨어지면 '대박'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상대를 알고, 나도 알아야 한다. 수 배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유럽파를 비롯한 해외파를 고집하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등은 한국 축구의 자랑이자 얼굴이다. 이들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들도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는 감독의 역량이다.
추춘제인 유럽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시즌 초반에는 누구든 경기 감각에 한계가 있다. 중국전에서 이미 이상징후가 있었다. 돌파도, 패스도 시원찮았다.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체력 누수도 있었다. 현지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남아 특유의 떡잔디도 고려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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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잘츠부르크)과 권창훈(수원)이 후반 차례로 교체투입됐지만 '땜질 처방'이었다. 손흥민 대신 수혈한 황의조(성남) 카드는 꺼내들지도 않았다. 뒤늦은 교체타이밍은 중국전도 그랬지만 시리아전도 마찬가지였다. '싱싱한' 황희찬과 권창훈을 먼저 선발로 내세워 상대를 교란시켰다면 어땠을까. 그 물음표도 지워지지 않는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도 동전의 양면이었다. 기성용과 한국영(알 가라파)이 두 경기 모두 함께 호흡했다. 시리아를 상대로 수비형 미드필더에 두 명을 세운 것은 '자원 낭비'였다. 앞선의 수적 열세는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지나치게 안정화를 추구한 전술은 독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말마다 K리그 경기를 찾는다. 왜 가는걸까. K리그의 문제점만 지적하고자 한다면 이미 충분히 얘기했다. 하지만 그의 눈과 달리 K리그에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꽤 있다. 일례로 밀집수비에는 단순한 패턴의 전술도 필요하다. '타깃형 조커'는 필수 인력이다. 1m97의 김신욱(전북)을 비롯해 곧 전역하는 1m91의 박기동(상주) 등도 대기하고 있으나 그들은 태극마크와 멀리 떨어져 있다. 좌우측 풀백도 마찬가지다. 쓸만한 인재들이 꽤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늘 해외파 우선이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과연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올해부터가 진검승부다. 월드컵 티켓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위기의 파고를 넘기위해서는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스포츠 2팀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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